98년 나가노대회에서 김동성과 전이경의 ‘스케이트날 뻗치기’로 금메달을 일궈냈던 한국팀이 이번에 꺼낸 ‘카드’는 ‘가로막기’였다.
한국쇼트트랙 대표팀 전명규 감독은 “그동안 중점적으로 훈련했던 부분이 바로 선두에서 다른 선수가 앞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트레이닝이었다”며 “우리 선수들이 일단 뒤처지면 따라 잡는 기술이 전반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선두권에 나서 다른 선수들을 견제하는 게 최선일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전 감독의 말처럼 한국 선수들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줄곧 선두권에서 1위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예선조편성이 쉬웠던 고기현은 1차예선과 준결승을 무난히 1위로 통과했고 양양 A와 결승까지 세 차례나 경기를 벌여야 했던 최은경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줄곧 양양 A를 앞서 나갔다.
결승전에서도 ‘가로 막기 작전’은 주효했다. 전 감독은 두 선수에게 “앞에서 중국선수들을 견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최은경은 선두권에서 양양S를, 고기현은 중위권에서 양양A를 마크하며 좀처럼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선수들의 금메달이 눈에 보인 것은 5바퀴를 남겨둔 시점. 최은경과 고기현에게 밀려 3위에 머물던 양양S가 커브를 돌며 추월을 시도했으나 앞서가는 한국선수들의 빈틈을 찾지 못하고 넘어져 버렸다. 뒤따라가던 양양 A도 발걸음이 눈에 띄게 무거워지며 서서히 처지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선수들간의 경쟁이 시작됐고 2바퀴를 남겨두고 고기현이 막판 스퍼트로 최은경을 제치고 1위로 골인했다.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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