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 D-27]"올 마스터스에 회원 400명이 뜁니다"

  • 입력 2002년 2월 17일 17시 52분


국내 최대 마라톤동호인 클럽인 ‘런너스클럽’회원들이 한강둔치에서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국내 최대 마라톤동호인 클럽인 ‘런너스클럽’회원들이 한강둔치에서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겸손하게 30㎞만 뛰어 볼까.”

설날 연휴를 하루 앞둔 9일 오후2시. 국내 최대의 마라톤동호인 클럽인 ‘런너스클럽(이하 런클)’ 회원들이 하나둘씩 서울 여의도 한강 둔치에 모여들었다. ‘운산’이라 불리는 박필준씨(46) 등 남녀 회원 10여명이 가벼운 체조와 스트레칭을 마친 뒤 출발했다.

30㎞조의 출발. 청담대교를 넘어 탄천까지 뛰어갔다 오는 거리. 이에 앞서 서너명은 벌써 풀코스 거리인 광나루다리까지 왕복하기 위해 출발했다.

회원들은 3시가 넘을 때까지 하나 둘씩, 혹은 대여섯명씩 계속 한강 둔치를 찾았고 찬바람을 막이 위해 쳐놓은 천막에 들러 회원들에게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한 뒤 서로 자연스럽게 조를 형성해 “힘내자”하며 뛰어 나갔다. 연휴전날이었지만 이날만 70명이 넘는 회원이 오후 5시30분까지 마라톤을 즐겼다.

4400여명의 회원을 거느려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런클 ‘토달(토요일 모여서 토끼처럼 달리자·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여의도 한강둔치)’의 훈련 모습이다. 3월17일 열리는 2002동아서울국제마라톤 마스터스부문에 4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런클은 마라톤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순수하게 만나 달리는 모임. 99년 9월 다음카페(cafe.daum.net/runners)에 닻을 올린 뒤 올해로 3년째. 서울을 비롯 부산 울산 삼천포 부천 대구 등 6개 지구로 나뉘어 자율적으로 훈련을 위한 모임을 갖는다.

‘오는 자 딴지 걸지 말고 가는 자 붙잡지 말자.’ 회원가입 자격제한이 없다. 마라톤을 좋아하면 끝. 회비도 없다. 달리기 모임이 있을 때 음료 및 간식(빵, 바나나, 과일 등)비를 위해 2000원을 자율적으로 내면 된다. 뒷풀이때도 언제나 ‘더치페이.’

훈련도 자율. 서울 및 수도권의 경우 1주일 내내 서로 다른 달리기 모임이 있다. 서울대 캠퍼스 달리기(월) 우장산달리기(화) 남산달리기(수) 목요일장거리달리기(목·30㎞이상 달리기) 중랑천달리기(금) 토달. 인천대공원달리기(일). 여기에 ‘번달(번개처럼 만나 번개처럼 달리자)’도 있다. 예고없이 뜻맞는 회원들끼리 뭉쳐 게시판에 시간과 장소를 띄운 뒤 함께 뛰는 모임이다. 지역은 지역나름대로의 훈련 방식이 따로 있다.

회원도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부터 환갑을 넘긴 노인까지 학생, 회사원, 주부, 공무원, 의사, 변호사, 증권전문가 등 다양한 직업군이 한마음이 돼 마라톤으로 어우러지고 있다. 런클의 모토가 ‘함께 뛰는 마라톤, 즐거운 인생’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권태로운 일상 벗어나고 싶어 달려요"…'런클' 김승기 회장

“우리가 달리는 건 삶의 활력소를 찾기 위한 것입니다.”

‘런클’의 김승기 회장(50·사진)은 몸무게 94㎏의 거구. 팔 두께가 웬만한 사람 다리 두께로 정도로 크고 가슴도 보디빌더처럼 튀어 나왔다. 언뜻 보기엔 마라톤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해 ‘도랑치고 가재잡고’란 마라톤 수필집을 낼 정도로 마라톤에 푹 빠져 있는 골수 마니아다.

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이틀 뒤 몸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게 첫 마라톤 입문. 당시 105㎏의 체중을 감량하는 게 목적이었다. 현재는 94㎏. 물론 지금은 마라톤 없인 못산다. 그동안 하프코스 12회, 풀코스 2회를 완주했다. 매일 10㎞이상 뛰며 토요일엔 20㎞이상을 달리고 있다.

올 초 런클을 맡은 김 회장은 “런클은 권태로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활력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들이 자유스런 분위기 속에 마라톤을 맘껏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길을 터 주는 게 나의 임무”라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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