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고기현 '희망'을 땄다…한국 메달 넷중 2개 선물

  • 입력 2002년 2월 24일 17시 25분


중국의 더블 마크를 뚫고 은메달을 따낸 고기현(왼쪽)이 레이스 막판 중국 양양A를 숨가쁘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의 더블 마크를 뚫고 은메달을 따낸 고기현(왼쪽)이 레이스 막판 중국 양양A를 숨가쁘게 추격하고 있다.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고기현(16·목일중)은 ‘두 명의’ 양양(중국)이 결승에 오른 것이 부담스러웠다.

쇼트트랙에선 같은 나라의 선수 2명이 레이스를 펼치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둘이 상대 선수의 진로를 막는 ‘합동작전’을 펼칠 수 있기 때문.

이를 증명하듯 중국의 양양 A와 양양 S는 7바퀴를 남겨놓자마자 나란히 1, 2위로 뛰쳐나오며 고기현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양양 A가 안쪽, 양양 S가 바깥쪽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바람에 고기현은 이를 뚫고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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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양상의 레이스는 3바퀴를 남겨놓은 시점까지 계속됐으나 2바퀴를 남겨놓고 고기현이 승부수를 던졌다. 곡선주로에서 2위인 양양 S의 안쪽 주로를 파고든 데 성공한 것. 마지막 1바퀴를 남겨놓고 고기현은 양양 A를 따라잡기 위해 마지막 스퍼트를 했으나 간발의 차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경기를 끝낸 고기현의 얼굴은 밝았다.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서운함보다는 은메달을 따냈다는 자랑스러움 때문이었다. 그는 우승이라도 한듯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한바퀴 돌았으며 시상식에선 어느 선수보다도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행복해 했다.

이번 쇼트트랙 종목에서 한국선수단이 따낸 메달은 모두 4개. 이 가운데 고기현은 금메달 1개(여자 1500m)와 은메달 1개를 일궈내며 한국여자 쇼트트랙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올림픽을 불과 석달 앞두고 훈련 중 오른쪽 팔이 골절되고 고지대 적응훈련으로 매일 코피를 쏟다시피 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린 나이답지 않은 강한 승부근성과 뛰어난 기량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

유난히 수줍음을 많이 타는 고기현은 “은메달도 잘한 것 아니냐. 이번 대회에서 언니들과 오빠들이 많이 도와줘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 부족한 점을 연습해서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며 활짝 웃었다.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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