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출전한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하지만 연이은 악몽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그는 24일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에서 캐나다의 마크 가뇽에게 0.008초로 뒤지며 결승진출에 실패,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한 채 귀국 비행기를 타게 됐다.
한국 남자팀의 에이스로 확실한 금메달리스트로 평가받았던 김동성으로선 더없이 실망스러운 성적. 그동안 한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김동성은 모든 경기가 끝나자 훌훌 속내를 털어놨다.
▼“빨리 미국 벗어나 서울 가고파”▼
-오늘 경기는 어땠나.
“경기장의 얼음이 무른 상태에서 오른쪽 스케이트날이 자꾸 얼음에 박혔다. 이에 신경 쓰느라 소극적으로 경기운영을 하다보니 다른 선수들에게 뒤졌다. 빨리 미국을 벗어나 서울에 가고 싶다.”
-이제 모든 게 다 끝났는데….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다 잊고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처음(중국의 리자준에게 걸려 넘어진 1500m 준결승경기)부터 꼬였다. 그날 경기를 끝낸 뒤 정말 운동을 관두고 싶었다.”
-1000m결승에서 심판진으로부터 ‘크로스 트랙(Cross track)’ 판정을 받은 뒤 어떤 생각이 들었나.
“7년 넘게 스케이트를 탔는데 그보다 더 심하게 몸이 기울어졌어도 ‘크로스 트랙’ 판정을 받은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원래 인코스로 붙어서 타는 스타일인데 억울한 판정이었다. 미국에서 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태극기 집어던진 게 아니다”▼
-국내에선 태극기를 던졌느냐, 안 던졌느냐를 놓고 말이 많다.
“집어 던진 게 아니다. 당시 장내방송에서 우승자로 내가 아닌 안톤 오노의 이름을 불렀을 때 화가 났다. 들고 있던 태극기를 내렸는데 스케이트 날에 걸려 불편해서 치웠을 뿐이다.”
-그날 많이 울었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다음날엔 선수촌의 PC방에 가서 내 홈페이지에 글을 띄워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 경기가 끝난 다음날엔 훈련이 제대로 안됐고 이틀째 돼서야 남은 500m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국내팬들이 판정에 분노했다는 소식은 들었나.
“전엔 일부 사람들만 쇼트트랙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걸 알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팬들이 쇼트트랙을 사랑하고 아껴주셨으면 좋겠다.” -다음 올림픽에도 참가할 것인가.
“매번 ‘이젠 그만둬야지’하는 생각을 갖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 아직 스케이트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차차 생각해 보겠다. 내일(25일)이 졸업식인데 참석하지 못해 어머니가 대신 가시는 걸로 안다.”
김동성은 인터뷰 말미에 옆에 있던 전명규 감독을 쳐다보며 “2006년과 2010년에는 제가 저 자리로 가야죠”라고 슬쩍 농담하며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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