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사퇴 표명이 측근조차 몰랐을 정도로 너무나 전격적이라는 점이다. 김 회장은 전날 밤 전국동계체전이 열리고 있는 강원 용평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때만 해도 주위의 사퇴설을 일축했다. 하룻밤 사이에 어떤 상황의 변화가 일어났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3년이나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중도사퇴를 한 배경도 불분명하다. 김 회장은 이날 사퇴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자들이 나가라고 해서 나간다. 흥미위주로 다루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 취재진과의 공식 인터뷰를 끝내 거부한 김 회장은 이후 비공식 경로를 통해 “절대로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있었던 일과는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김회장은 "기자들이 나가라고 해서 나간다", "흥미위주로 다루지 말라"라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고 공식 인터뷰 요청은 끝내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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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왜 그가 “앞으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회장으로 국제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만 활동하겠다”는 건지 설명이 없다.
대의원들이 만장일치로 김 회장의 사퇴를 만류하자 10분 만에 다시 회의장에 들어온 김 회장은 더욱 애매모호한 언행으로 주위를 헷갈리게 했다. 김 회장은 “대의원들의 뜻을 알겠다”는 선문답을 남긴 뒤 대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지만 취재진의 추적을 따돌린 채 회의장을 벗어났다.
사퇴 의사가 확고하다면 대의원들의 재추대 때 자신의 뜻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밝혔어야 했지만 김 회장은 그러지 않았다. 때문에 대의원들은 물론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그의 속마음이 과연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해야 했다.
이에 일각에선 최근 사면초가에 몰린 김 회장이 회장직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져 여론의 추이를 살핀 뒤 자신의 최종 거취를 결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