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석]＂호랑이 없는 굴엔 사자가 왕＂

시카고 컵스의 스프링캠프 초청선수로 참여중인 삼성의 이승엽이 연일 홈런포를 가동하며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2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첫타석에서 병살타, 3일(한국시간) 9회말 대타로 나와선 삼진등 메이저리그 무대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인상을 주는듯 했다.

그러나 4일(한국시간) 경기에선 7회 타석에서 좌측담장을 넘기는 자신의 첫안타이자 첫홈런을 기록했다. 5일(한국시간) 경기에서도 5회 대타로 출전해서 2점홈런을 날려 좋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쉽게도 6일(한국시간) 경기에선 2타수 무안타를 기록, 상승세가 한풀꺾였다. 이로서 이승엽은 7타수 2안타, 2홈런을 기록하게 되었다.

이처럼 이승엽은 메이저리그 선수도 아니고 초청선수로서 매경기 주전으로 출전하는 것이 아니고 간간히 대타로 출전해야하고 언제 경기에 나갈지 몰라 컨디션 조절 문제등과 간간히 타석에 들어서는 불리한 여건속에서도 2개의 홈런을 쳐낸것은 메이저리그 무대의 성공적 데뷔로 볼수 있다.

또 하나의 성과라면 1월말부터 자신의 외다리 타법을 버리고 오른쪽다리를 고정하는 타격 자세로 홈런을 쳐냈다는 것은 새로운 타격자세에 서서히 적응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좋을듯 하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낯선 선수들과 낯선 경기장에서 세계정상급 선수들이 모인다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홈런을 두개씩이나 날림으로서 2년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는 이승엽에겐 희망을 가지게엔 충분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적응했다','당장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도 가능하다'는등의 주위에서 쏟아지는 찬사를 받기엔 아직 부족함이 있다.

먼저 메이저리그의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의 성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주전급 선수들은 시범경기에서 대부분 컨디션 조절등을 위해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는다. 시범경기에서 뛰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마이너리그 선수들과 벤치멤버들로 구성되어 있어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들에 비해 다소 실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이승엽이 상대한 투수들의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첫타석에서 삼진을 안겨줬던 선수는 샌프란시스코 선발투수인 리반에르난데스로 2000시즌 17승에 지난시즌 13승에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이다.

반면 이승엽에게 첫홈런을 허용한 샌프란시스코의 에런 홀츠 투수는 200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약하며 통산 8승3패에 4,62의 방어율을 기록한 선수로 리반에르난데스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두번째 홈런을 때렸을때의 투수는 애너하임의 마이너리그 선수로 이번 스프링캠프에 non-loster(비초청선수)로 참여한 선수로 메이저리그 무대의 경험이 전혀 없는 투수이다.

여기에 이승엽과 맞대결을 펼쳤던 대부분의 선수들이 기량검증과 유망주 발굴이라는 이유로 기회를 잡은 트리플A소속의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야구 수준을 종종 트리플A급이라고 비유하곤 하는데 이승엽이 상대한 투수들은 한국 투수들보다 기량이 비슷하거나 한수아래인 선수들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이승엽의 폼은 완성단계가 아니다.

몸쪽 공에 약점 보완과 타격시 힘이 실리지 않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1월부터 수정하기 시작한 오른쪽 다리를 고정하고 치는 타격자세는 이제 조금씩 적응하는 단계로 수정보완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이처럼 이승엽은 지금의 위치와 상황을 무시해선 안된다.

자칫 홈런 두방에 당장에 메이저리그에 통할수 있다는 오만과 메이저리그 수준이 생각과 달리 약하다는 편견 따위를 가져서는 안된다.

지금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는 단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범경기일뿐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님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제공 : http://www.entersport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