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자마라톤은 권은주(25·삼성전자)와 윤선숙(30·서울도시개발공사), 오미자(32·익산시청) 등 ‘3인방’이 휘어잡고 있다. 권은주가 한국최고기록(2시간26분12초)을 세운 것을 비롯해 동아서울국제마라톤(윤선숙), 조선일보 춘천마라톤(권은주), 전주군산마라톤(오미자) 등 각종 대회를 석권해 온 것. 그러나 이들은 단 한번도 같이 뛴 적은 없었다.
이 점에서 17일 열리는 2002동아서울국제마라톤은 한국 마라톤의 진정한 여왕을 가리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올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출전권이 걸려 있는 이번 대회에 권은주 윤선숙 오미자가 모두 출전을 선언하고 서로 우승을 장담하고 있는 것.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85일간의 고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한국여자마라톤의 간판’ 권은주는 “이젠 26분벽도 깨뜨리고 우승해 진정한 최고임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97년 ‘마의 2시간 30분벽’을 무너뜨리고 혜성같이 나타난 권은주는 지난 4년여 동안은 쫓아다니던 부상악몽에서 탈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춘천마라톤에서 우승했고 동아마라톤을 위해 훈련삼아 2월24일 출전한 실업단대항 하프마라톤에서도 3위(1시간14분16초)를 했지만 무리없이 완주해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았다.
춘천에서 마무리훈련에 여념이 없는 권은주는 “처음으로 제대로 훈련을 다 소화했다. 컨디션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니 기록도 잘 나올 것”이라며 우승을 자신했다.
‘인간 기관차’로 불리는 윤선숙은 여자부 2연패를 노린다. 지난해 동아마라톤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인 2시간32분09초를 뛰었다. 이번엔 2시간27분대가 목표. 지난해 12월11일부터 실시한 제주도 전지훈련, 2월14일부터 실시한 춘천훈련으로 최고의 몸상태를 만들어 놓았다. 윤선숙은 약점으로 지적되던 스피드를 집중적으로 강화해 5000m 기록이 16분30초일 정도로 좋아졌다. 현재 춘천에서 5㎞, 10㎞, 15㎞ 등 짧은 거리주로 컨디션 다듬기에 열중하고 있다.
3인방 중 ‘맏언니’인 오미자는 올해를 마라톤 인생의 마지막으로 목표를 정했다.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선수생활의 종지부를 찍을 생각. 이 때문에 동아마라톤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좋은 기록으로 우승해 티켓을 거머쥐겠다고 이를 악물고 있다. 96동아마라톤에서 한국최고기록(2시간30분09초)를 세우며 우승했던 오미자도 제주도 전지훈련으로 거리주를 잘 소화했고 스피드훈련과 인터벌트레이닝을 차질없이 끝내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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