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졌지만 잘 싸웠다"

  • 입력 2002년 3월 10일 17시 40분


“은중이 나오고 오균이도 나오고 관우 빼고 다 나왔네.” 경기 시작 전 대전의 출전선수 명단을 받아 본 성남 차경복 감독은 예상외의 선수 기용에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다고 알려졌던 스트라이커 김은중을 비롯해 공오균 김영근 김정수 등 주전 선수 대부분이 스타팅 멤버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 겨우내 훈련이 없었던 한정국과 김동선도 후보선수 명단에 들어가 있었다.

이태호 대전 감독은 “성적으로 우리 존재를 알리는 길밖에 팀을 살리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 주전선수들을 내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필승 의지를 읽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몸을 날렸다. 김정수와 김영근은 성남의 파상 공세를 육탄 방어했고 김은중도 쉴새 없이 상대 수비진을 휘젓고 다녔다. 통산 상대 전적 3승3무13패로 객관적인 전력상 한 수 위의 성남을 맞아 대전은 ‘쉽게 무너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후반 종료 1분 전까지 0-0으로 맞서며 선전했다.경비를 아끼기 위해 축구 불모지나 다름없는 중국에서 전지 훈련을 하고, 연봉협상을 둘러싼 내분으로 구단과 첨예한 갈등을 겪는 등 ‘혹독한 겨울’을 보낸 대전 선수들에게 이날 경기는 ‘패했지만 패하지 않은 경기’였다.

성남〓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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