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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기 전후 잠깐! |
●10∼20㎞〓10㎞지점인 종각 부근에서 16㎞지점인 답십리 지하차도 끝까지가 완만한 내리막길. 이후 20㎞지점인 어린이대공원 부근까지가 표고차 20여m의 오르막길이다. 이때쯤이면 근육이 풀어지고 몸이 부드러워진다. 빨리 달리고 싶다. 그러나 참아라. 아직 힘을 비축할 때다. 보물1호인 흥인지문(동대문)을 바라보며 종로통을 달리는 자신을 돌아보라. 6월 민주화 함성이 울려퍼졌던 그 거리. 이젠 생명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달린다. 어린이대공원이 있는 능동은 조선조 마지막 왕 순종황제의 비 순명황후의 능이 있던 곳이다.
●20∼30㎞〓평탄한 코스. 탁 트인 한강을 잇는 잠실대교를 건널 때면 시원한 바람이 분다. 길도 넓고 시원하게 뻗어 있다. 잠실대교는 한강에서 가장 ‘넓은 나루’라는 뜻의 광나루 부근을 지나는 다리. 천호동은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장차 가히 천호가 들어설 만한 땅’이라고 예언한 곳이기도 하다. 힘은 계속 70%만 쓰며 달려라. 점점 몸이 힘들어진다. 마음 한구석에선 “에라, 그만두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조금만 참아라. 가족들 얼굴을 떠올리면 다시 힘이 생길 것이다.
●30∼42.195㎞〓평탄한 길.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다. 약간의 오르막인 34㎞지점(심기초등학교 맞은편 송이공원 네거리)에선 상체를 15도 정도 숙이고 달리는 게 좋다. 롱 스트라이드 주법은 금물. 잰걸음인 쇼트 트로트 주법이 좋다. 39㎞지점인 학여울역 부근은 그 옛날 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같은 철새가 모여들어 무리를 이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이젠 몸에 남은 모든 힘을 다해 달려라. 그러다 보면 결승선이 있는 잠실운동장이 보일 것이다. 잠실은 조선 때 누에고치를 장려하기 위해 뽕나무를 심고 국립양잠소격인 잠실도회를 설치했던 곳. 마침내 결승선. “그래, 마침내 내가 해냈구나. 난 앞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그러나 곧바로 눕거나 주저앉지 말라.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일이 남아 있다.
정리〓김화성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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