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의 싸움이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출발 시점의 기온과 습도는 괜찮은 조건이었다. 올해 새롭게 바뀐 코스도 평탄한 편이어서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하지만 출발 당시부터 바람이 세차더니 레이스 후반에 초속 4.6m의 바람에 맞서야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초청 선수들의 수준이 높았고 선두그룹이 10㎞ 지점을 30분 내외로 끊을 때만 해도 2시간6, 7분대의 기록까지 충분히 가능한 듯했다. 그러나 강한 맞바람 속에서 선수들이 서로 심한 견제를 하면서 후반 들어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바람을 의식하다보니 선두그룹이 소극적인 레이스를 펼치는 바람에 먼저 차고 나가는 선수가 없어 기록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한 것.
페이스메이커로 나온 유리 치조프가 지나치게 독주한 부분도 아쉬웠다. ‘나홀로 레이스’를 펼치다 25㎞ 지점에서 기권한 치조프가 페이스를 조금 늦췄더라도 기록 단축에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남자부에서 우승한 후지타 아쓰시는 최상의 컨디션은 아닌 듯 보였다. 하지만 두달 정도의 짧은 훈련기간에도 불구하고 노련한 레이스 운영으로 35㎞ 지점 이후부터 승부수를 던졌던 것이 주효했다.
24세의 임진수가 적극적인 태도로 지난해 이 대회에서 세웠던 자신의 최고기록을 다시 깨뜨린 것과 유영진이 초반부터 과감하게 선두권을 달린 대목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
여자부 우승자 웨이야난은 파워와 저돌적인 스타일이 돋보였고 악조건을 뚫고 2시간25분대의 기록을 낸 것을 보면 2시간20분도 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웨이 야난을 비롯한 뛰어난 마라토너를 여러 명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앞으로 여자마라톤 강국으로 떠오를 것 같다.
삼성전자 남자마라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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