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과 수비는 하나'
흔히 말하는 선진축구의 개념이다. 경기 자체를 지배, 압도하라는 이야기다. 11명의 총체적 역량이 승부를 좌우하는 '키워드'가 되면서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는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볼 컨트롤, 패스와 같은 개인기량 그리고 돌파, 대인방어능력과 같은 포지션이 요구하는 기능에다 이제는 공간이동과 패스의 타이밍으로 대변되는 '전술적 기본기'가 갖춰진 선수가 인정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여기에다 스피드, 결정력과 같은 선수의 개성은 플러스 알파로 가미된다.
전후방에 걸쳐 같은 개념과 센스를 가지고 있는 4~5명의 선수들이 볼 하나의 움직임에 콤비플레이를 펼치며 수비수를 끌어내며 공간을 만들어낸다. 고작 이대일 패스 정도가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는 콤비플레이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조직력은 단편적인 콤비플레이 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이 시스템 내에서의 역할을 공통적으로 이해하며, 위치를 변경해도, 선수가 교체돼도 시스템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황에 대한 선수 개개인의 전술적 판단이 팀워크의 기초가 된다.
조직력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당장 떠올리면 시간이다. 선수 능력에 적합한 포지션 배치에서부터 반복되는 훈련과 패턴플레이, 그리고 선수들간의 경기장 내외 호흡을 통해 응용전술이 파생되고 전술이 완성된다. 이 때부터 '생각하는 축구'란 없다. 본능적으로 주고 빠지면서 공간을 찾아 나간다. 주위 동료들의 습성과 움직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술의 완성도'와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지도자와 선수에게 아무리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고 해서 팀의 조직력이
극대화되고 팀의 역량이 향상되느냐,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양궁, 사격과 같은 절대적 경기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기록 향상이 가능하겠지만, 상대방의 실력이 자신의 실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대적 경기가 축구이기 때문이다. 수백 번 반복한 전방으로의 역습이 상대방에게는 '기계적인 속공'이 될 수 있고, 약속된 패스워크가 여의치 않으면 '면피성' 패스가 속출하게 된다.
그 동안 갈고 닦아온 실력과 패턴을 제대로 발휘하기란 그날의 컨디션 보다는 상대방의 '실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수준' 차이가 정신력, 체력, 기술 각 요소에 영향을 미치면서 경기력 차이로 이어지는 것이다.
엊그제 튀니지와의 경기 이후, 한국 대표팀에 대한 평가는 플레이 메이커 부재, 골 가뭄, 무기력한 플레이 등이 주를 이뤘다. 조직력은 고사하고 베스트 11의 윤곽조차 나오지 않으니 과연 전술이 있겠느냐는 비판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의견으로 현재, 한국 대표팀은 잘하고 있다고 본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기용했고, 여러 포지션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기는 경기를 통한 자신감 회복과 조직력 극대화도 시급하다고 하지만, 한국 대표팀의 '레벨'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전술'의 하나라고 본다.
본능적인 볼 감각, 다리 길이에서부터 골반의 유연성, 탄력 등 선천적인 능력에서 일단 접고 들어가고, 지역방어, 활용에 대한 개념이 세계 수준에 뒤쳐지는 한국 축구의 현실을 감안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의사소통 구조라든지 여러 가지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도 정형화된 개념으로는 승산이 희박하다는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본선 참가국 모두, 예비 전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일 때, 우리 대표팀 역시 다양하게 선수를 기용했다. 골드 컵에서는 체력훈련을 병행하며 최악의 컨디션에서도 대회를 치러 보는 '엽기적인' 경험도 해봤다. 경기뿐만 아니라 선수관리에서도 정상적인 승부가 어렵다면 '변칙'이 효과적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현재 우리 대표팀의 경우, 전술은 말할 것도 없고, 출전 선수가 누가 될지 조차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컨페더레이션 컵에서 '맛보기'로 보여준 세트플레이와 다른 때에 비해 늘어난 코너킥에 의한 득점, 멀티플레이어의 활용과 같은 몇 가지 히든카드에 대한 준비를 조용히 하고 있다고 본다.
유럽전지훈련 기간이 몇 가지 핵심 포인트에 대한 마지막 정리 단계라고 생각된다. 대표팀에게 4월, 10여일 간의 합숙, 그리고 4월 29일부터 월드컵 개막까지 한 달 이상의 합숙과 다섯 차례의 평가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 예선 세 경기에 대한 전술, 전략을 다지는 시간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경기를 지배하라'는 여론의 주문은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누가 엔트리에서 탈락할 것이고, 누가 포함될 것이라는 확실치 않은, 어수선한 소식 또한 들려온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한국 축구는 경기력, 행정 모두 '어떻게 좀 해보려고' 없던 법도 만들어 쓰는 상황이다. 몇 달 '바짝' 한다고 '조상대대로' 축구, 스포츠에 대한 기본 본능이 발달된 나라를 압도하기 쉽지 않다.
편하게 내버려 두자. 얼마 남지도 않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에서 전술적 완성도를 요구하는 것이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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