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여자부 우승 웨이야난 한국인 코치가 키웠다

  • 입력 2002년 3월 18일 17시 53분


‘임춘애의 스승 김번일 코치를 아시나요?’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의 육상 중거리 3관왕 임춘애를 헌신적으로 지도, 육상 신데렐라로 키워내 큰 화제가 됐던 김번일 코치(61). 그가 17일 끝난 2002동아서울국제마라톤 여자부에서 국내 대회 최고기록(2시간25분06초)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한 중국여자마라톤의 선두주자 웨이야난(21·인민해방군 소위)의 마라톤 스승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김 코치는 이번 동아국제마라톤에서 웨이야난의 코치로 고국을 방문해 당일 치밀한 레이스 전략을 세워 우승케 했다. 현재 목사 신분으로 중국에서 선교활동중인 김 코치에게 마라톤 선수 육성은 어디까지나 선교의 일환. 김 코치는 88서울올림픽에서 임춘애의 성적이 저조하자 ‘육상과의 인연’을 끊고 신학에 몰두해 90년 목사안수를 받은 뒤 곧바로 중국으로 선교활동을 떠났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의 선교활동이 어려워 92년부터 다시 선수 지도에 나섰다. 이번엔 육상 중장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이었다.

김 코치는 웨이야난이 고등학생이던 97년 처음 만나 98년부터 체계적으로 지도해 세계적인 여자 마라토너로 키워냈다. 김 코치는 현재 중국 지린성 창춘시 체육운동위원회 소속 코치로 활동하며 10여명의 선수를 지도하고 있다. 당연히 웨이야난은 물론 대부분의 선수가 교회를 다니며 김 코치의 지도 스타일은 예나 지금이나 헌신적인 게 특징.

허베이성 실롱시에 있는 중국 마라톤 선수촌은 물론 백두산 고지훈련 등 최적의 훈련장소를 찾아다니며 기록을 단축시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99년엔 8명의 선수를 데리고 45일간의 한국전지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로 2000년 베이징마라톤에서 웨이야난이 2시간26분34초로 우승했고 지난해 같은 대회에선 2시간24분02초란 좋은 기록으로 2위를 차지하며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2000베를린마라톤에서 3위를 차지한 장수징(24)도 김 코치의 제자.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선수지도에 뜨거운 열의를 보이고 있는 김 코치는 “중국에는 인적자원이 많은데다 투자가 제대로 이뤄져 발전속도가 빠른 반면 우리나라는 우수 꿈나무가 많은데도 이들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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