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해 프로 출범 다음해인 84년 처음 용병이 선을 보인 프로축구는 용병 때문에 승패가 좌우되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11명 중 3명이 출전할 수 있는데 나머지 8명의 도움 없이 용병만이 ‘일’을 내긴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프로축구에서 이 같은 상황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녹색그라운드는 용병이 휘젓고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드로(수원)와 우르모브(부산)가 포스코 K리그에서 득점왕(13골)과 도움왕(10개)에 올랐고 샤샤(성남)와 파울링뇨(울산), 세자르(전남), 마니치(수원), 드라간(안양) 등도 그라운드를 누비며 득점과 도움 랭킹에서 국내선수들을 압도했다. 또 샤샤가 이끄는 성남은 정규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올해는 ‘용병 바람’이 지난해보다 더 강하게 몰아칠 전망이다. 특히 특급용병이 대거 합류한데다 시즌 초반엔 각 팀의 간판 토종스타가 월드컵대표팀에 차출될 예정이어서 2002아디다스컵 프로축구에선 용병들이 한껏 기세를 떨칠 것으로 보인다.
새로 한국에 발을 들여놓은 10명을 포함해 모두 47명의 용병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그라운드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샤샤와 산드로가 선두주자. 연봉 30만달러로 ‘몸값’ 최고인 유고 용병 샤샤는 95년 한국에 건너와 지난해까지 77골을 터뜨린 ‘특급 골잡이’. 올 시즌에도 10일 열린 대전 시티즌과의 슈퍼컵에서 결승골을 잡아낸 데 이어 17일 열린 아디다스컵 개막전에선 부천 SK를 상대로 프로축구 역대 최다인 5골을 혼자서 터뜨려 ‘용병 폭풍’의 막을 올렸다.
브라질 출신으로 남미 특유의 개인기가 돋보이는 산드로도 포항과의 개막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상큼하게 시즌을 시작했다.
산드로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월드컵 16강’을 위해 귀화를 추진했을 정도. 이에 걸맞게 소속팀을 4년 연속 아디다스컵 정상에 올려놓겠다고 각오가 대단하다.
‘신인’ 중엔 98∼99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뛰던 뚜따(안양)를 비롯해 계약금 20만달러의 파울로(성남), 계약금 25만달러에 연봉 25만2000달러의 레오마르(전북) 등 브라질 출신의 거물 용병들이 ‘삼바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