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이 ‘유일한 킬러’?
후반에 투입된 황선홍(일본 가시와 레이솔)의 연속골은 축구팬의 체증을 한꺼번에 씻어내린 장면이었다. “과연…!”이라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왔을 정도.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한국팀은 너무나 많은 찬스를 놓쳐버렸다. 차두리(고려대) 안정환(이탈리아 페루자) 이영표(안양 LG) 등이 결정적인 찬스에서 골문을 벗어나는 슛을 날려 안타까움을 샀다.
설기현(벨기에 안데를레흐트)은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한 채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다.
두 골이나 넣고도 ‘골 결정력’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던 경기. 34세의 ‘노장 킬러’에게만 의존하기에는 월드컵 본선은 너무 험한 길이다.
▽플레이메이커의 해답은?
선발 안정환, 후반 중반부터 윤정환(일본 세레소 오사카)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됐다. 이전까지 플레이메이커로 기용됐던 송종국(부산 아이콘스) 이천수(울산 현대) 최태욱(안양 LG) 등에 비해 시원하게 공격을 풀어나가는 품이 그간 히딩크 감독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듯했다. 안정환과 윤정환은 각자의 특기를 최대한 살려
안정환은 활발하고 폭넓은 움직임으로 주도적으로 공격을 이끌어갔고, 후반 교체된 윤정환은 송곳 같은 패스를 여러 차례 선보이며 공격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얻었다. ‘전진 패스’에 관한 한 국내 1인자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히딩크 감독의 눈에는 ‘절반의 성공’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공격에서는 만족스러웠지만 수비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지훈련의 성과는?
히딩크 감독은 핀란드전이 끝난 뒤 “후반 20분을 남긴 상황에서 한국이 핀란드를 체력에서 압도했다”며 “그간 주력해온 체력 훈련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객관적인 시각이 결여됐다는 평가. 핀란드 선수들의 절반은 경기 전날 라망가에 도착한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한국은 5명의 선수를 교체 투입한 반면, 핀란드는 1명을 교체하는 데 그쳤다. 체력 훈련의 결과를 보기는 아직 이른 듯.
하지만 유럽팀 핀란드를 상대로 미드필더부터 상대를 압박해 나가며 주도적인 위치에서 경기를 끌어간 점이나, 홍명보(포항 스틸러스)가 이끄는 수비진이 상대 공격을 꽁꽁 묶어놓은 점 등은 ‘합격점’을 주어도 좋을 듯. 어딘지 허술했던 경기력이 점점 짜임새를 갖춰간다는 면에서 희망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라망가(스페인)〓주성원기자 sw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