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칠레월드컵과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때였다.
62년 대회는 칠레가 월드컵 유치에 나설 때부터 문제가 됐다. 그것은 대지진이 칠레를 휩쓸고 갔기 때문. 당시 칠레축구협회의 카를로스 디트본 회장은 “우리는 반드시 월드컵을 개최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가진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외치며 유치활동을 벌여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 그러나 지진이 휩쓸고간 폐허속에서 월드컵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칠레월드컵이 ‘천재(天災)’의 영향을 받았다면 아르헨티나월드컵은 ‘인재(人災)’였다.
78년 당시 아르헨티나는 혁명으로 권좌에 오른 군사정권의 강압적인 정치와 잔혹한 인권유린으로 전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었다. 이 때문에 월드컵이 개막되기 직전까지 출전국들이 보이코트 의사를 밝히는 등 개막이 불투명한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두 개최국에 대한 세계의 시각은 전혀 달랐다. 칠레에 대해서는 도와야한다는 공감대속에 국제축구연맹(FIFA)을 중심으로 전 출전국이 성공 개최를 위해 적극 나섰다. 반면 아르헨티나월드컵을 앞두고는 개막 몇주 전까지 개최지 변경설이 나도는 등 대회 내내 세계가 등을 돌리고 있었다.
2002월드컵이 두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정치인들이 월드컵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실 국가적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 하는 월드컵에서 ‘힘을 가진’ 정치인의 솔선수범이야말로 성공 개최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치인들이 사심없이 월드컵 개최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 민초들의 열망이다. 월드컵이 자신들의 잘못을 덮어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국민을 도외시한 정치에 휩쓸린다면 이로 야기되는 ‘인재’야말로 ‘천재’보다 더 월드컵을 위태롭게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