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언제나 뒷말이 무성하다. 같은 행위라도 결과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해석과 비평이 따라오는데, 예를 들어 볼카운트 0-3에서 안타를 만들어낸 선수는 공격적인 현대야구의 전형으로 칭송받지만, 같은 상황에서 병살타는 공격의 맥을 끊는 생각없는 이적행위로 비난을 면치 못한다. 스탭진의 작전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훈수와 복기의 결과론이 무의미하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번 그럴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는다. (이과정에서 대다수의 해설 하시는 분들은 갑자기 신으로 돌변하신다) 허나 그것 또한 느릿한 템포로 전개되는 야구에서만 가능한 공상의 즐거움이라 변호한다면, 그럴 수 있다. 그게 야구니까…
한가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반된 두 가지 결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용서'라는 컨셉에 맞춰 조금 더 구체화 시켜보자. 무사 만루 풀카운트에서 기가 막히게 받아친 공이 수비측의 미기에 걸려 삼중살로 이어진들, 타자를 나무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누구도 삼중살을 염두해 두고 스윙을 하지는 않는다. 또 풀카운트에서 비슷한 볼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자신의 운을 심판에게 마냥 떠 넘길 수도 없다. 이런 것들은 베리본즈가 타석에 서 있어도 불가항력이다. 일단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나, 배트에 맞아 나간 공을 본인들(투수,타자)이 제어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 던지고 치고 달리는 야구의 3대 행위 중에서 야수선택과 같은 명백한 잘못을 제외하면, 달리는 것은 운이 개입될 여지가 가장 적다. 덕분에 달리는 행위에 대한 결과의 상벌-'용기와 만용'은 순전히 선수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대개의 경우 '뛸 것인가? 말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은 성공과 실패에 따른 잘잘못이 극명하다. 박경완의 도루저지율을 상기하면서 주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팬은 없다. 실패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 왜 뛰는가?'로 통일된다. 가끔 거포들에게 허를 찔린 사람들이 너털웃음으로 칭찬을 대신하지만 승부처에서 비슷한 요행을 재차 바라는 이는 없다. 결국 주자의 무모함은 용서가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주자가 정수근이라면 사람들은 보다 관대해진다. 아니 '뛰어'를 연호하기 바쁘다.
서론이 길어졌다. 오늘의 주제는 달리는 것을 강제받는 1번 타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현대 야구에서 쓸만한 리드오프를 발굴하는 일은 30홈런, 3할이 보장된 외야수를 구하는 것보다 결코 쉽지 않다. 좋은 1번은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나는 가히 절대적이라 믿는다. 무사에 리드오프가 출루하면 50%이상이 득점에 성공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는 득점확률이 약 15%대로 급감하며, 65%이상이 선취점을 낚아온 팀이 경기에 승리한다.
아래에 훌륭한 리드오프의 몇가지 자격요건과 그들의 가치를 다룬 명제들에 관한 이분법적 사고가 있다. 이를테면 "톱타자의 타율은 출루율의 액세사리에 불과하다(혹은 그반대), 타순이 돌고 있는 시점에서 1회의 순번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혹은 그반대), 1번은 발이 빨라야 한다, 혹은 도루는 생각만큼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1번의 가치는 1회에 국한되는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당연히' 아니다. 야구는 하루에 도합 27번의 아웃이 채워질동안 순환적으로 타순이 돈다. 계산상으로 투수가 퍼펙트를 해내지 않는 이상, 매회 선두 타자는 누가 될지 장담할 수 없고 여기서 우리는 1번의 가치를 1일 1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허나 이것은 아주 단편적인 사고에 불과하다. 선수의 재능과 스탭의 머리가 개입되면서, 우리가 가진 기존의 선입견은 무너진다. 1번은 분명 단발성 톱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감독은 똑같은 능력을 가진 9명으로 오더를 쓰지는 않는다. 어떤 선수는 발이 빠르고, 어떤 선수는 파워가 돋보이며, 또 어떤선수는 수비를 위해 어쩔수 없이 타순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1번부터 9번까지 선수들이 해야 할 일들과 기대치는 모두 다르고 감독은 팀원의 가장 특화된 장점을 고려하여 팀 타선의 최적화를 위해 고민한다.
이렇게 완성된 타순에서 수비를 위해 타석에 들어서는 야수들은 상대에게 확실한 아웃메이커로 더 없는 보약이 된다. 보약들의 타순은 거의가 8, 9번이며, 팀의 대표적인 멘도사 라인(Mendoza Line)으로 투수가 방심하지 않는 이상, 그들의 타격능력은 좀처럼 꽃을 피기 힘들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위타선에서 물꼬가 터지면 투수는 정신적 공황을 맞기도 하고, 일순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1회에 1-5번까지의 타자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어렵게 위기에서 탈출했던 투수가 2회에 6,7번에게 연속된 출루를 허용한다면 그들은 8,9번과의 승부에 결사적으로 달려들 것이다. 또 주자가 없는 경우라도 'another readoff'-발빠른 9번이 1번과 연결된 팀이라면, 투수는 절대 방심할 리가 없다. 분명 김민호의 타율은 좋아질 수가 없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낮은 출루율에 수비측에 신중함은 1번타자에게 타점의 기회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득점권 찬스가 없는 1번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3가지(무사, 1사, 2사후) 상황에서, 무사 즉 새로운 이닝에 1번이 선두타자일 가능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단지 '우연함' 보다 조금은 더 높을 것이다. 여기에 김민호가 선두타자로 나온 회라면, 1사에 주자 없는 상황에 등장할 정수근을 우리는 보다 많이 만날 수 있다. 또 팀내에서 가장 공격력이 보잘 것 없는 8번이 선두타자일 경우 2사후 정수근도 종종 볼수 있을 것이다.
2사후 정수근 앞에 선행주자가 없다면 그의 빠른발은 상대투수들에게 여전히 골칫거리이며 (정수근이 출루해도, 다음 장원진과의 승부에 집중하면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지만, 이때도 완전히 무덤덤해질 수는 없다) 이 공격도 두산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볼만 한 것이다. 결국 1번타자가 공격의 첨병이 될 경우의 수는 랜덤하게 섞은 카드패의 확률보다 크지 않을수 없다.
타율과 출루율
당연하지만, 훌륭한 선두타자의 제 1 덕목은 빈도를 따지는 확률 즉 출루율이다. 이것은 방망이와 공이 접촉하는 행위(meet the ball)에 대한 퀄리티를 반영하는 수학이 아니기에 대개의 사람들의 관심밖에 있다. 그러면 어떤가? 분명한 것은 이 세상 그 어떤 대도도 1루는 훔칠 수 없고, 1루를 점령하기 위한 리드오프의 사명은 안타가 아닌 no out에 있다. 리드오프라면 '안타⊂출루' 정도의 수학기호는 알고 있어야 한다.
사실 주로 1번으로 기용되는 선수들의 타율 정규분포인 3할과 2할8푼의 차이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 때문에 우리는 1번타자의 타율 기록을 들여다보며 맡은바 소임을 다했다고 속단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1번타자의 3할은 가치가 없는 것인가?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서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 1번들이 타격왕에 도전하는 일은 그들이 홈런왕이 되는 것 보다 조금 더 쉬울 뿐이다. 만일 1번타자 출신의 타격왕이 배출된다면, 해당시즌의 출루율 1위는 당연히 그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장선상에서 올해 기아의 톱으로 기용될 장성호는 다소간의 타율하락이 예상된다. 그가 생산해내는 엄청난 볼넷수와 안타수를 고려해도, 그의 타수가 전 보다 다소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이다. 또한 1번 장성호가 때려낸 외야플라이가 기록지에 희비로 쓰여질 횟수는 3번 장성호보다 적을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톱타자의 3할은 위대한 업적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또 한가지는 굿아이(좋은 선구안)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다.
공격하는 팀 입장에서 삼진은 적을수록 좋다. 볼넷은 당연히 많을수록 좋다. 이것은 1번부터 9번까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해당사항 있음' 이다. 일반적으로 슬러거들은 삼진과 볼넷 모두와 친한데 그들이 그것 때문에 딱히 욕을 먹지는 않는다. 반면 삼진과 볼넷이 모두 많은 톱타자가 있다면, 그 선수가 있어야 할 순번은 첫번째가 아닐 것이다.
다음으로 삼진이 적고, 볼넷 역시 적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자신의 노림수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 공격적인 선구안은 슬러거들에게는 최고의 찬사. 그러나 무턱대고 룸서비스를 해줄 투수는 없기에 이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볼넷과 삼진이 모두 적은 톱타자는 어떠한가? 적어도 한 팀의 1번에게 이런 식의 공격적인 성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톱타자는 후속타자를 위해 투수에게서 가능한 한 많은 볼을 끌어내야 하고, 때문에 컨텍트 능력이상으로 볼을 커트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삼진이 적어질수 있다. 물론 이것은 대환영이다. 허나 욕심은 이쯤해서 버려야 한다. 볼넷 숫자가 떨어지면서 앞으로 다가올 10번중에 3번 이상의 안타를 독자적으로 생산해 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걸어나가기를 극단적으로 꺼리는 선두타자가 3할5푼 혹은 그 이상을 쳐냈다면, 그는 고타율 하나만으로 높은 출루율을 보장받을수 있다. 그러나 그런 천재는 한국에 없다. (비록 톱타자는 아니지만 스스로 타수를 늘리는 이병규를 보라. 그는 내가 본 천재들중 가장 바보이다. 그래서 늘 안타깝다.)
앞서 톱타자의 3할은 위대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장타율을 끌어올리는데 발을 활용하는 이들이 날려보낸 타구가 뻗어나갈수 있는 한계점을 슬러거들의 그것과 나란히 해보면, 볼넷이 없는 똑딱이 3할의 가치는 상당부문 퇴색된다. 김주찬과 유지현의 타율(김.314,유.283)과 출루율(김.363,유.411)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는 당현히 굿아이가 우선이다. 그런 의미라면 장성호의 리드오프 출격은 하자가 없어 보인다.
결국 치고싶은 충동과 느릿하게 걸어나가는 밋밋함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이 필요한데, 사실 그 타협이란 것도 욕망을 최대한 억제하는 가운데 만나야 한다. 힘이 다한 상대의 공에 지나치게 신중한 1번을 칭찬할순 없지만, 사이렌이 울림과 동시에 초구를 공략하는 리드오프는 고민할 것 없는 낙제감이다. 똑똑한 리드오프의 3할은 안타생산에 기인한 스윙메커니즘에 대한 감탄사 보다는 3할을 조립하는 과정에 비중을 두고 관찰해야 한다. 볼넷이 적은 1번타자가 3할타율로 주목받을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도루와 빠른발은 과연 무용한가?
여기서 우리는 정수근의 도루수를 들여다보면서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가를 논하는 어리석음을 버려야한다. (그럴려면 차라리 기민한 베이스러닝을 찬양하는 쪽이 훨씬 유익하다) 대신 위에서 언급한 리드오프의 3할 관찰법과 마찬가지로 도루수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과정들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일단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발빠른 리드오프 뒤에 있는 타자들의 반사이익이다. 정수근이 1루에 서 있을 때, 팀은 장성호의 그 때보다 이익의 극대화를 볼 수 있다. 장원진의 기가막힌 볼 커트가 완급을 조절한 투구패턴에서 나오는 쇼가 아님을 알것이다. 지난 2시즌동안 그는 이병규(LG) 다음으로 많은 안타를 생산했는데 장원진 자신도 운동장을 넓게 쓰고, 예측이 용이한 피칭의 덕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뛰지 않는 정수근도 팀득점에 도움이 된다.
이제 뛰는 정수근을 생각해보자.
메뉴팩처 런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공장에서 점수를 찍어내듯이 손쉽게 가공된 득점을 가리키는데 예를 들어 발빠른 톱타자가 사사구로 출루해서 2루를 훔치고 보내기 번트나 팀배팅으로 1사3루의 찬스를 만든뒤 후속땅볼이나 희생플라이등으로 득점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적시타가 필요없는 득점이며, 심지어는 득점을 위한 단 하나의 안타조차 필요없다. 일반적으로 3안타가 집중되야 1점이 나는 야구에서 기동력과 팀배팅이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전형이라 할수 있다. Excellent Basestealer를 보유한 팀은 단 한 사람의 노가다로 팀원 전체가 보다 높은 확률의 득점찬스와 자주 조우할 수 있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도실의 손실은 도루의 가치보다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한명의 주자가 사라지는 행위로 공격측은 아웃의 증가와 득점기회의 상실이라는 2가지 측면에서 피해막급이다. (그렇게 보면 병살타는 팀에 얼마나 해로운가?)
정수근, 김수연, 김주찬의 발은 박한이, 이진영, 장성호, 그리고 심지어 나이든 전준호보다도 위협적인데 정수근, 김수연, 김주찬이 날려버린 지난해 득점찬스는(도실) 평균 12개. 도실이 상대 배터리에게 엄청난 골칫거리를 스스로 제거해주는 이적행위임에는 분명하지만, 133게임의 장기레이스에서 11게임에 한번씩 치루는 대가(도실)로 투수들의 짜증이 매번 극에 달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결국 발빠른 주자들의 도실은 어느정도는 필요악인 셈이다.
그렇다면 장성호와 김수연중 누가 더 훌륭한 리드오프인가? 훌륭한 타자는 두말할 것 없이 장성호다. 뛰지 않는 톱타자의 높은 출루율이 뛰는 톱의 처지는 출루율보다 어느 정도나 팀에 득이 될까? 혹자는 도루의 가치는 별 것 아니라고 말한다. 의식있는 현인들은 아주 우수한 몇몇 대도들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은 뛰지 않는 것이 득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1번타자의 알파와 오메가는 출루율이요, 여기에 머리가 뒷받침된 베이스러닝을 장착하고 나면, 도루는 일개 옵션에 불과할 뿐이라며 그 가치를 폄하한다. 사실 수긍이 간다.
그러나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빠른발의 간접지원을(후속타자 지원, 팀사기, 상대투수와 야수의 스트레스) 수학은 반영하지 못한다. 하기사, 그 옛날 '유격수 이종범'의 플레이와 타순이 지금의 '외야수 이종범'으로 고스란히 환생한다면, 이런 논의 자체가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가 곧 리드오프의 교본일 테니까…
Tip 잡생각 몇가지
다음은 과거 1번타자로 활약했던 전력이 있는 선수들 혹은 2002 시즌오픈을 1번타자로 여는 선수들의 지난해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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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아직도 지난해 성적으로 글을 쓰는 우를 범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해 달라. 아직 4월이다.
01시즌 트윈스의 1번은 김재현이지만, 앞으로 4번을 치고 있을 선수를 톱타자 무리에 삽입해서 고려해볼수는 없는 노릇이며, 이일의는 함께한 시간이 부족하다. 장성호 역시 1번이 썩 어울리는 순번은 아니지만, 그의 높은 출루율과 팀 사정을 감안,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영우와 김수연중 김수연이 더 클래식한 1번이다. 굵은 볼드체는 각 컬럼별 리그 최고수치. 타율과 출루율등의 확률수치는 편의상 8명의 평균타율(타수를 고려하지 않은 타율)로 계산했다. 다소간의 오차는 인정하지만, 이들 모두가 01시즌 300타수이상을 기록했기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1.
역사상 최강의 리드오프 리키핸더슨은 지난해 3천안타(메이저리그 통산 25번째) 고지에 오르며 개인통산 2천248득점을 기록, 지난 28년 타이 캅이 세웠던 메이저리그 최다득점기록(2천245득점)을 갈아치웠고 1천395도루와 2천141볼넷으로 세계최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야구의 득점 사사구 톱은 당연히 장종훈이다. (2001현재 962 득점, 938 사사구)
우리네 야구에 베이브루스나 타이 캅의 전설을 무너뜨린 리키 핸더슨이 없다는 것이 불만일수는 없다. 장종훈이 그만큼 위대한 선수라 자위하면 된다. 자위가 아니라 사실 위대하다. 대개의 1번타자들이 단명하고, 홈런이 공격측에 이로운 다른 모든 지표를 +시키는 야구기록에서 톱타자가 갈아치울 역사는 잘해야 도루뿐이다.
2.
위의 8명의 타자중 완벽한 1번은 없다. 장성호의 높은 출루는 상대 내야와 투수를 지속적으로 괴롭힐수 없고, 타율과 출루율이 1포인트 이하의 격차의 보이는 정수근 역시 아직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톱이라 할 수 없다. 비슷한 타입의 김수연은 말할게 없으며, 성장중에 있는 박한이와 김주찬은 프로에서 더 굴러야 한다. 전준호의 순발력은 서서히 퇴보해가고 있는데(64%도루성공률) 다른 능력들 역시 정점에서 내려오는 수순으로 보여진다. 떨어지는 페이스를 어느정도 제어할수 있느냐가 관건.
개인적으로 호감가는 리드오프는 전준호보다 2살적은 유지현이다. 그의 선구안은 년차만큼 노련해져 가고, 기복없는 방망이와 발은 여전히 쓸만하다. 크게 돋보이는 부분은 없지만, 종합적인 평가에서는 가장 무난한 1번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는 주로 2번에 배치된다. 아마도 꾀가 많아서 인가보다.
3.
올시즌 이종범이 정수근과 벌일 진검승부를 기대하는가? (사실 이런게 야구보는 재미다) 200안타를 쫓는 바람의 아들이 무리할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세운 단일시즌 최다도루는 '영원불변' 할수 있는 기록이고, 가끔씩 그리고 한번씩 이종범이 보여주는 '전시효과' 만으로도 그의 주자로서의 가치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수근이 진검승부를 원한다면, 초반러쉬는 피하는게 좋다. 레이스 중반이후, 둘의 격차가 사정권 안이라면 이종범의 승부욕에 불을 당길 수도 있다. '이'가 뛰면 '정'은 100% 뛰지만, '정'이 뛴다해서 '이'가 뛰지는 않는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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