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부활하는 맨체스터 더비

  • 입력 2002년 4월 9일 13시 51분


11개월 전 포트만 로드 (Portman Road - 입스위치 타운의 홈구장)에서의 악몽은 이제 잊혀진 추억일 뿐이다. 2001 - 2002 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자랑스럽게 1 부리그 챔피언에 등극하며 다음 시즌 프레미어 리그 입성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실력차는 분명히 나지만 현재 최강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는 언제나 껄끄러운 상대인 맨체스터 시티가 다음 시즌부터 프레미어 리그로 돌아 오는 것이다. 시즌 내내 수많은 골을 넣으며 팬들에게 보기 즐겁고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금요일 (4월 5일) 같은 1부 리그 소속인 밀월 (Millwall)이 2위를 달리고 있던 울브스 (Wolves)를 1대0으로 꺾으며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1부 리그 챔피언을 확정 지었다. 그리고 챔피언 확정을 자축하듯이 그들은 어제 (4월 6일) 반슬리 (Barnsley)를 5대 1로 대파하며 적어도 1부 리그에서는 그들의 적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그들의 다음 목표는 당연히 2003년 여름 새로운 맨체스터 스타디움 (Manchester Stadium)으로 이전할 때까지 프레미어 리그에 잔류하는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시즌 입스위치 타운과의 대결에서 2대1로 패해 1부 리그로 강등당했던 아픔을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하긴 지난 몇 시즌 동안 맨체스터 시티 팬들만큼 고통을 당한 팬들도 없을 것이다.

* 맨체스터 시티의 지난 4년간 성적

1998년 : 2부 리그로 강등

1999년 : 1부 리그로 승격

2000년 : 프레미어 리그로 승격

2001년 : 1부 리그로 강등

2002년 : 프레미어 리그로 다시 승격

맨체스터 시티는 불과 4년 전에 클럽 사상 처음으로 2부리그로 강등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그 다음 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길링햄 (Gillingham)과의 숨 막히는 플레이오프 끝에 간신히 1부 리그로 복귀할 수 있었다. 2000년 프레미어 리그로의 승격이 이어졌지만, 그 당시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인 조 로일 (Joe Royle)은 엷은 선수층과 프레미어 리그 팀들 간의 객관적인 전력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1부 리그로 강등당하고 만다.

결국 로일 감독은 2000 - 2001 시즌 후 경질 당하고 시티 구단주인 데이비드 번스타인 (David Berstein)은 그 당시 어떤 팀하고도 접촉을 하지 않고 있던 전 잉글랜드 감독인 케빈 키건 (Kevin Keegan)을 설득하는데 성공, 서서히 팀을 재정비해 나가기 시작한다. 비록 잉글랜드 감독으로서는 실패했지만 10년 전 뉴카슬 유나이티드 (Newcastle United)의 부활을 이끌었고, 2부 리그의 평범했던 풀햄 (Fulham)을 프레미어 리그 전력의 팀으로까지 끌어올린 키건 감독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히 컸다. 시티 팬들은 키건이 뉴카슬에서 했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마술을 부려 거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시즌 내내 괴롭힐 수 있는 팀으로 만들어 주기를 간절히 바랬던 것이다. 그리고 시즌 초반, 키건의 영향력은 - 그것이 긍적적이던 그렇지 않던 간에 -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1 - 2002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첫 10게임은 너무도 화려한 공격 축구에서 너무도 어이없는 실수를 남발하는 불안정한 수비까지 들쭉날쭉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공격적인 팀을 만드는 동시에, 거기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수비 불안을 보여주는 '선공격, 후수비' 스타일을 고수하는 키건 감독의 전형적인 스타일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크루 (Crew)와 번리 (Burnley)를 각각 5대2, 4대 2로 대파하는 플레이를 보인 반면 웨스트 브롬 (West Brom)에게는 4대0으로 대패해 수비에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셰필드 웬즈데이 (Sheffield Wednesday)에게 6대2로 이기는가 하면 바로 2주 후 윔블던 (Wimbledon)에게 홈에서 4대0으로 패하는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의 불안정한 수비를 극복하고, 2002년 초 리그 2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사작하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프레미어 리그 입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골' 이다. 특히 버뮤다 국가대표 출신의 션 고터 (Shaun Goater)는 절정의 골 결정력을 보이며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팀 내 주전 투 톱인 고터와 데렌 허커비 (Darren Huckerby)는 그들이 같이 뛸 때 50골을 넣는 찰떡궁합을 보여주었고, 그들을 받쳐 주는 신예 션 라이트 - 필립스 (Shaun Wright - Phillips :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이자 아스날의 주 공격수였던 인 라이트의 아들)와 경험이 풍부한 파올로 완쵸페 (Paulo Wanchope), 잉글랜드 18세 이하 대표 출신의 조나단 맥켄 (Jonathan Macken) 등 예비 공격수들도 풍부하고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그리고 올 시즌 영입한 알제리 출신의 게임 메이커 알리 베나르비아 (Ali Benarbia)의 적절한 볼 배급도 공격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 부활의 선봉장은 역시 케빈 키건 감독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티에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도입하고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여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열정적인 키건 감독의 지도 방식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빛을 발휘한 것이다. 적어도 클럽 레벨에서 키건 감독의 능력은 인정 받아야 할 것이다. 키건 감독은 18개월 전 잉글랜드 감독 직을 사임하면서 축구계에서 잊혀질 수도 있었다. 자신이 아직 국가대표팀에는 역부족이라고 솔직히 인정하기까지에는 상당한 고뇌가 있었을 것이고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론과 전문가들이 그를 비난해도, 그는 여전히 많은 클럽에서 감독 제의가 들어왔고, 적어도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에게 그는 아직도 '필요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키건 감독은 모든 감독 직 제의를 거부했다. 한 특별한 클럽이 오기 까지는 말이다. 그 클럽이 바로 맨체스터 시티였다.

이제 5년 계약에서 1년을 성공적으로 마친 키건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의 사기와 명성을 다시 되찾았다. 그리고 그는 현재 진정으로 맨체스터 시티 감독 직을 즐기고 있다. 키건 감독은 그의 친구인 조 로일이 2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맨체스터 시티를 프레미어 리그로 승격시켰지만, 2년 전보단 더욱 현실적으로 시티를 프레미어 리그에 잔류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는 꿋굿히 그의 방식을 고집했고, 결국 성공했다. 그는 현재 시티 감독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했고, 앞으로 4년 간 프레미어 잔류 뿐만이 아니라 조금 더 야심찬 성적을 거두기를 갈망하고 있다. 든든한 구단의 지원과 언제나 열성적인 팬들의 응원 속에 그는 천천히, 그리고 치밀하게 준비를 할 것이다.

새로운 기록, 맨체스터 더비

부활절에 노팅검 포리스트를 3대0으로 꺾어 시즌 27번째 승리를 챙긴 맨체스터 시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클럽 역사상 최다 승을 거두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2승을 추가, 2게임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29승을 거두고 있다. 비록 우승을 확정 지었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남은 2 경기도 모두 승리, 새로운 기록을 세우려 하고 있다.

비록 다음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가장 1차적인 목표는 프레미어 리그에서의 잔류겠지만, 키건 감독은 조심스럽게 더 높은 목표를 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 '목표'가 무엇인지는 키건 감독만이 알겠지만 여하튼 팬의 입장에서 다음 시즌 맨체스터 더비는 확실히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키건 감독과 오랜 적인 알랙스 퍼거슨 경 감독간의 두뇌 싸움도 볼 만 할 것이고 일단 '먹는 만큼 넣는' 두 팀의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의 진정한 '맞장'도 기대해 볼만 하다. (현재 맨체스터 시티는 44경기에서 102골을 넣고 50골을 실점했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34경기에서 83골을 넣고 44골을 실점했다). 그리고 더비 경기에서 거의 언제나 일어나는 선수들끼리의 실제 '맞장'도 빠뜨릴 수 없는 묘미라 할 수 있다.

여하튼 다음 시즌 맨체스터 더비는 지루한 0대0 무승부로 조용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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