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기자의 논스톱슛]축구열기보다 실속있는 대회가 더 중요

  • 입력 2002년 4월 9일 17시 26분


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 네덜란드-이탈리아의 준결승전이 열린 2000년 6월29일. 이날 하루 네덜란드에서는 평소보다 두배나 많은 사람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네덜란드가 1-3으로 져 탈락하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축구가 생활화돼 있는 유럽에서는 축구경기가 치명적인 사망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도대체 축구가 뭐길래?

☞'권순일 기자의 논스톱슛' 연재기사 보기

그 축구의 최고 최대 잔치라는 월드컵은 그야말로 한나라를 들썩이게 만든다.

1950년 브라질월드컵. 홈구장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첫 우승을 장담했던 브라질은 결승에서 우루과이에 1-2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고 만다. 이날 경기장소인 리우데자네이루의 집집마다 조기가 내걸렸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길거리에 주저 앉아 목놓아 울었으며 라디오 뉴스는 매시간 권총자살자의 비통한 소식을 보도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이탈리아가 북한에 져 예선 탈락하자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군중 소요사태가 발생했다. 화가난 시민이 길거리로 내던진 라디오와 TV 수상기가 산처럼 쌓였고 교통사고는 3배로 급증했다.

브라질이나 이탈리아에 비해 축구의 인기가 덜한 미국에서 열린 94월드컵.하지만 그 어느 대회보다 알찬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았다. 월드컵 기간중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이 벌어져 미국민의 관심은 NBA에 쏠렸지만 개최도시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외국 관람객에 대한 철저한 배려 등 완벽한 대회 운영으로 성공 월드컵을 이뤘다. 90이탈리아월드컵보다 100만명이 증가한 총 356만명의 관중이 관람해 한경기 평균 6만8000명의 ‘대박’이었다. 또한 총수입은 3조2000억원에 달해 역대 그 어느 대회보다 많은 수입을 올렸다.

2002월드컵을 50여일 앞둔 요즘 국내 축구 관계자들은 “월드컵 열기가 너무 없다”며 근심이 가득하다. 그러나 국민이 죽고 다치는 광적인 월드컵 열기보다는 차분하게 실속을 기하는 것도 월드컵 성공개최의 한가지 방법이라는 것을 94미국월드컵은 보여줬다.

stt7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