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강화’라는 축구 전술의 흐름은 이탈리아가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활용한 카데나치오(Cadenacio·빗장 수비)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골문을 더욱 단단히 잠그는 빗장 형태 포진’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이 수비대형으로 이탈리아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미 카데나치오를 완성해 활용하던 60년대부터 이탈리아는 유럽 대회를 장악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축구가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하다는 평을 듣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로 건너가 리베로(Libero)로 발전한 카데나치오의 전형은 4-2-4나 4-3-3, 4-4-2 포메이션에서 수비수 4명을 그대로 둔 채 또 1명의 수비수를 포백 뒤에 두는 것이다. 이 수비수를 가리켜 리베로라 한다. 리베로의 임무는 미드필더와 수비벽을 뚫고 들어오는 볼이나 상대방 선수를 처리하는 것. 때문에 스위퍼(Sweeper·청소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큰 틀에서 살펴보면 카데나치오는 종래의 미드필드 강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수비를 강화시킨 형태다. 4명의 백 앞에 3명의 미드필더, 그리고 전방에는 2명의 공격수를 둔 1-4-3-2 형태가 되는 셈. 공격시에는 3명의 미드필더 가운데 2명이 공격에 적극 가담해 공격수가 4명으로 늘어나고 미드필더는 1명만 남는 1-4-1-4 형태가 된다.
물론 카데나치오에도 다양한 변형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비, 미드필드, 공격에 각각 3명씩 배치하는 포진. 그 밖에도 공격이나 미드필드의 대형은 상황 변화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지만, 리베로+3명 혹은 4명인 수비의 위치나 수에는 변화가 없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무실점으로 예선리그를 통과해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4대 1, 서독과의 준결승에서 4대 3으로 승리하며 위력을 자랑했던 이탈리아의 카데나치오는, 그러나 최강의 개인기를 앞세운 브라질의 공격 앞에 무릎을 꿇었다. 펠레, 게르손, 자일징요, 카를로스 알베르토에게 4골을 내주며 4대 1로 대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것. 최고의 방패를 꿰뚫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최고의 창뿐이었던 셈이다.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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