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중하 릴레이시리즈]임은주와 풀어보는 심판의 세계<상>

  • 입력 2002년 4월 14일 17시 53분


2002월드컵에 배정된 전세계 72명의 심판이 지난달 22일 잠실주경기장서 체력테스트를 하고 있다.
2002월드컵에 배정된 전세계 72명의 심판이 지난달 22일 잠실주경기장서 체력테스트를 하고 있다.
《축구 경기의 3요소는 관중 선수 심판. 이중 심판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교된다.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을 내리되 경기의 흐름을 끊지 않는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야말로 축구경기를 완성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면 2002월드컵을 지휘할 심판진은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일을 할까. 국내 최초의 여자 국제심판인 임은주씨(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심판 담당관)가 밝히는 ‘월드컵 심판의 모든 것’을 시리즈로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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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 심판 세미나가 지난달 전 세계 72명의 국제심판과 국제축구연맹(FIFA) 임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번 월드컵에는 주,부심을 합해 유럽 28, 아시아 12, 아프리카 10, 북중미 9, 남미 10, 오세아니아 3명 등 모두 72명의 심판이 배정받았다.

대륙별 심판 배정은 대륙별 본선 참가팀 수에 따라 결정된다. 유럽 심판수가 다른 대륙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심판들은 그간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왔다. 출신 국가는 물론 출신 대륙 경기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출신 대륙의 축구 실력이 뛰어난 유럽과 남미 심판들로서는 월드컵의 꽃인 준결승이나 결승전이 그림의 떡이었던 셈이다.

이같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FIFA는 지난해부터 심판의 출신 국가 경기 배정은 금지하되 출신 대륙 경기 배정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최고의 심판이 최고의 경기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FIFA는 전회 월드컵이 끝난 직후 다음 월드컵에 배정할 전세계 A급 심판들을 선별해 각종 국제경기에서 그들을 관리 감독한다.

월드컵 심판은 각 나라 대표를 넘어 각 대륙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되지 않는다.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모든 심판은 감독관들 앞에 앉아 자신이 90분간 보인 퍼포먼스를 평가 받는다. 비디오 녹화 화면을 통해 실수 하나 하나를 지적받고 때로는 다른 심판 동료들로부터도 공격을 받는다. 이 자리에서 곧바로 심판 감독관들이 평가 점수를 매김으로 심판도 선수 못지 않게 전쟁을 치르는 심정으로 경기에 임하게 된다.

물론 심판도 신이 아닌 이상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승패에 영향을 미칠 경우 심판 생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파울이 일어나는 지역이나 공이 움직이는 방향을 잘 포착하기 위해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심판은 주심의 경우 경기당 평균 14∼15㎞를 달리며 부심은 6∼7㎞를 뛰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는 선수 중 가장 많이 뛰는 미드필더의 평균 12㎞보다 더 뛰는 셈.

때문에 심판들도 선수와 마찬가지로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만 25세부터 만 48세까지였던 국제심판의 은퇴 시기가 최근 만 45세로 낮춰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제심판의 은퇴 연령은 앞으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국제 심판들은 월드컵 개막 한달전 소집돼 심판 세미나를 갖는다. 해당 대회에서 특별히 강조되는 경기규칙을 숙지하고 판정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비디오 테입을 함께 보며 각종 상황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다.

또 이 기간에 8가지의 메디컬 테스트를 지정 병원에서 받는 한편 12분에 2700m이상 주파하고 50m를 7,5초(2회), 200m를 32초(2회) 내에 달리는 체력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통과하지 못할 경우 다음 국제대회 배정에 불이익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항공료를 물고 자국으로 돌아가야한다.

국제심판·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심판담당관 rtiger@2002worldcup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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