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하누치 '세계기록의 사나이'

  • 입력 2002년 4월 15일 00시 36분


할리드 하누치(좌)선수와 파울라 레드클리프(우)선수가 남녀부 우승을 하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할리드 하누치(좌)선수와 파울라 레드클리프(우)선수가 남녀부 우승을 하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세계 마라톤이 대약진을 시작했다.

14일(한국시간) 열린 2002 런던마라톤. 남자 마라톤의 세계 1인자 할리드 하누치(30·미국)는 3년 만에 세계 최고기록을 수립했고 파울라 레드클리프(영국)는 여자 세계최고기록에 단 9초가 모자라는 역대 2위의 기록으로 깜짝 우승, 세계 남녀 마라톤의 새 장을 열었다.

모로코 태생으로 2000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하누치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아스팔트에 엎드려 입을 맞추고 기도를 하며 감격해했다. 하누치는 “조건만 맞으면 세계최고기록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막판 힘든 레이스였지만 정신력으로 이를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대회 준우승자 폴 테르가트(32·케냐)가 역대 3위에 해당하는 2시간5분48초의 기록으로 2년 연속 2위를 차지했고 육상 ‘장거리의 황제’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28·에티오피아)는 마라톤 데뷔 무대에서 2시간6분35초의 기록으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5000m와 1만m에서 15개의 세계신기록과 2개의 올림픽 금메달, 4개의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내며 10년 넘게 장거리 무대를 주름잡았던 게브르셀라시에는 공언했던 2시간4분대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역대 6위의 기록을 작성해 마라톤에서 대활약을 예고했다.

하누치는 35㎞ 지점까지 줄곧 레이스를 주도하던 게브르셀라시에의 뒤에서 달리다 39㎞ 지점에서 테르가트와 함께 게브르셀라시에를 앞질렀고 곧이어 뛰어난 스퍼트로 테르가트까지 따돌리는 노련한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여자부에서도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세계 크로스컨트리선수권과 하프마라톤을 각각 2연패하고 마라톤으로 전향한 레드클리프는 여자부 역대 2위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데뷔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스베틀라나 자카로바와 류드밀라 페트로바(이상 러시아)가 각각 2위(2시간22분30초)와 3위(2시간22분32초)를 차지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런던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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