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피스톤스, 할만큼 했다!”

  • 입력 2002년 4월 17일 15시 04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베테랑 가드/포워드 Michael Curry 는 최근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던 바 있다.

“자유 계약 제도와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는 경우 덕분에 한 팀이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 자리까지 올라가기가 한층 더 쉬워졌다.”라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Michael Curry 의 말에는 그만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Curry 는‘현 모든 프로 스포츠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라는 부연 설명을 빼놓진 않았지만, 그 말의 속뜻을 생각해보면 올 시즌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놀라운 성공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에서 비롯된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Michael Curry 는 지난 90년대 중반 두 시즌동안 피스톤스에서 활약했으며, 무언가 내세울만한 능력을 갖추진 못했지만, 성실한 플레이와 팀의 라커룸 리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리더쉽과 포용력 덕분에 Doug Collins 로부터 상당한 신임을 얻었다. 이후 그는 밀워커 벅스에서 뛰다가 99-00 시즌, 다시 피스톤스로 돌아와 지금까지 팀을 위해 활약하고 있는 전형적인 ‘피스톤스 맨'이다.

그는 Joe Dumars, Grant Hill 등 90년대 피스톤스를 이끈 스타들과 함께 플레이했었고, 지난 몇 년간은 Jerry Stackhouse 와 함께 했다. Dumars 의 은퇴, Hill 의 이적 등의 사건들로 인해 지난 몇 년간 극심한 로스터 변동을 가져야만 했던 팀 분위기 속에서 Curry 는 늘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주었다. 그보다 연차많은 선배 플레이어가 있을지 모르고, 그보다 나이많은 선수들이 있을지는 모르나 피스톤스의 실질적인 리더는 늘 Curry 의 몫이었다.

그리고 Curry 는 팀의 올시즌 성공에 대해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다. 그가 피스톤스와 함께 하면서 이렇게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지난 시즌 32승에서 올해 50승에 가까운 성적을 거두며 한 시즌동안 가장 크게 발전한 팀 중 하나였다. 더구나‘배드 보이즈’ 로 한창 명성을 떨치던 시절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동부 컨퍼런스 센트럴 디비전 정규 시즌 패자가 되었다. 디비전 챔피언은 Curry 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맛보는 기쁨이었기에 그 느낌이 각별하다. 게다가 Curry 의 팀, 피스톤스와 함께 하는 기쁨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배가된다.

심지어 Michael Curry 는 요즘, ‘올해의 최우수 수비왕은 Ben Wallace 가, 올해의 구단 운영상은 Joe Dumars 가, 올해의 감독상은 Rick Carlisle 이 수상해야 한다.'라고 떠들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애석하게도 Curry 의 얘기처럼 한 팀에서 저 세 분야의 수상자가 한 꺼번에 나왔던 예는 아직까지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Curry 의 얘기에도 분명히 일리는 있고, 아마도 Ben Wallace 와 Rick Carlisle 감독은 Curry 의 바램 – 실은 모든 디트로이트 관계자들의 바램 – 대로 수상의 영광을 안게될 것이다. 그만큼 올해 피스톤스는 주목받을만 했고, 충분히 가치있는 팀이었다.

전 시즌, 플레이오프에조차 진출하지 못했던 팀이 다음 시즌에 디비전 챔피언으로 올랐던 예는 지난 89-90 시즌, David Robinson 이라는 괴물의 등장에 힘입어 디비전 챔프에 올랐던 샌 안토니오 스퍼스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달성하지 못한 팀이 다음 시즌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임을 감안해보면 피스톤스가 달성한 성과는 분명 놀라운 일임이 틀림없다.

시즌 시작 전, 피스톤스가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좋아졌다는 데에 이견을 달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Cliff Robinson 과 Jon Barry 라는 훌륭한 선수들이 새로이 팀에 가세했고, Corliss Williamson 과의 재계약에 성공했으며, Rodney White 라는 Michael Jordan 과 Jerry West 가 인정했던 특급 유망주가 합류했다. 적어도 지난 시즌보다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단지 그것은 그저 '작은 기대' 일뿐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너무나 좋았다. 기대 이상으로 말이다. 그 누구도 피스톤스가 밀워키 벅스나 토론토 랩터스 등을 제치고 디비전 챔프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놀라운 결과는 위에 열거했던, 단순히 눈에 띄는 로스터 변동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다.

신임 감독 Rick Carlisle. 어시스턴트 코치 경력만 11년이나 되는 그는 그동안 Bill Fitch, Chuck Daly, Larry Bird 등 유능한 감독 밑에서 착실한 감독 수업을 쌓아왔다. Carlisle 이 지난 트레이닝 캠프 때, 선수들에게 유독 강조했던 부분은 바로 수비였다. Carlisle 자신은 ‘공격에선 기복이 있을 수 있어도 수비에선 기복이 있을 수 없다.’ 라는 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선수들에게 이러한 주문을 아끼지 않았다.

그결과 피스톤스는 ‘올해의 최우수 수비왕’ 선정이 유력한 Ben Wallace 를 앞세워 시즌 내내 강력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Carlisle 은 공격에서의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 있더라도 수비에 능한 Michael Curry 나 Chuck Atkins 등을 코트에 투입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Jerry Stackhouse 는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더 나쁜, 40%가 채 되지 못하는 저조한 야투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Robinson 이나 Barry, Williamson, Zeliko Rebraca 등 튀지는 않아도 꾸준하고 효과적으로 동료 득점원들에게 찬스를 양보함으로써 플레이에 한결 더 여유로움을 갖기 시작했다. 평균 5.3 개의 어시스트는 Stackhouse 자신의 커리어 하이 기록이며, 이는 지난 시즌 피스톤스가 갖고 있었던 가장 큰 약점을 커버해줄 수 있는 부분이 되었다.(PG부재) Stackhouse 는 또한, 슛률의 저조함을 저돌적인 인사이드 돌파를 통한 자유투 얻어내기로 상당 부분 커버해내고 있다. 그는 리그에서 가장 자유투를 잘 얻어낼 줄 아는 선수 중 한 명이며, 성공률은 무려 86% 에 다다르는 훌륭한 수준.

멤버상으로 봤을 땐, Grant Hill 이 버티던 시절에 비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Jerry 가 이끄는 오펜스, Ben 이 버티는 디펜스, 그리고 두 선수 만으로 부족한 나머지 부분들을 보완해줄 수 있는 베테랑 롤 플레이어들의 존재와 이들의 유기적인 조합이 지금의 피스톤스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Zeliko Rebraca 라는 신예의 등장과 시간 대비 득점력이 발군인 Corliss Williamson 의 부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올해 피스톤스의 행운이자 성공 요인이었다. (Williamson 은 현재 48분당 득점 순위 8위에 랭크되어 있다.) 특히 Williamson 은 ‘전형적인 트위너’ 라는 오명을 씻고 팀에 득점이 필요할 때, 코트에 출동하여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꾸준한 득점포를 터뜨려주며 올시즌 팀의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다.

피스톤스는 올시즌 할만큼 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는 분명 기대 이상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애석하게도 디비전 챔프로서 받아야 마땅한 평가를 아직 받아내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올해 NBA 4대 디비전 중 최악의 디비전은 단연 센트럴 디비전이었다. 벅스와 랩터스는 몰락했고, 페이서스는 아직 확고한 PO 컨텐터로서의 모습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샬럿 호네츠만이 제 몫을 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디비전 챔프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Michael Curry 를 비롯한 피스톤스 선수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말이다. 조금 심한 말로 그들에게 지난 몇 년간 센트럴 디비전을 지배하다시피 했던 시카고 불스나 인디애나 페이서스 같은 강팀들에게서 풍겼던 강인함을 찾아보긴 어렵다.

그로 인해 피스톤스가 시즌 중반까지 돌풍을 이어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디트로이트 팬들의 반응은 ‘아직 믿지 못하겠다.’ 라는 분위기였다. 승리에 승리를 거듭해나감에도 불구하고 피스톤스는 지역 팬들에게 ‘우리는 강하다.’ 라는 확고한 인식을 심어주진 못했다. 디트로이트 지역 언론 기자인 Drew Sharp 는 피스톤스가 잘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이거스(MLB)나 레드 윙스(NHL), 라이온스(NFL) 등과 같은 지역 스포츠팀에게 인기 면에서 크게 밀리고 있는 애석한 현실을 지적했다. 심지어는 미시간 주립대 남자 농구팀(Michigan State Spartans 일명 MSU)이나 미시간대 남자 풋볼팀(Michigan Wolverines)조차도 피스톤스보다는 더 많은 지역적 관심을 끌고 있다라고 얘기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간에 피스톤스는 12년 만에 디비전 챔프 자리에 올랐고, 농구를 사랑하는 지역 팬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아직까진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이제 그들은 플레이오프를 통해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올 수 있었는가, 우리가 왜 이렇게 과소평가받아야 하는가라는 질문들에 대해 팬들에게 답을 건내주어야 한다. 그리고 팬들로부터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배드 보이즈’ 와 Grant Hill 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스톤스는 여전히 경쟁력있는 팀이다라는 사실을 본격적으로 그들의 팬들 앞에서 입증시켜야할 차례가 온 것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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