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서독 월드컵은 베켄바워를 앞세운 서독의 리베로 시스템과 요한 크루이프가 이끄는 네덜란드의 토털사커가 맞붙은 대회였다. 비록 결승전에서 조직적이고 과학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서독에 패했지만, 네덜란드가 이 대회를 통해 선보인 토털사커는 종래의 도식적인 축구 포메이션을 깨는 전술이었다.
선수의 위치나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전원 수비, 전원 공격에 나서는 전법으로 네덜란드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토털사커는 네덜란드의 프로축구 아약스클럽이 처음 시도한 작품으로, 포메이션 자체의 정밀성보다는 선수 개인의 능력을 토대로 한 전술이다.
선수의 위치나 임무가 아니라 선수 개인의 판단으로 공격 또는 수비에 나서도록 하는 것. 따라서 선수의 부담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정확한 상황 판단과 정교한 패스 등 고도의 개인기술이 필요하고, 끊임없이 뛸 수 있는 체력과 경기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소화가 가능하다.
선수의 위치나 임무가 고정되지 않아 어찌 보면 초기 축구처럼 그저 몰려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탄탄한 기초를 갖춘 선수들이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움직였기에 그 위력은 대단했다. 네덜란드는 이 대회에서 치른 다섯 게임에서 15골을 뽑아낸 반면 3골만 허용했다.
네덜란드의 토털사커는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했지만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요한 크루이프의 결장으로 선수들의 기량에 허점이 생겼고, 다른 나라 대표팀들도 토털사커에 익숙해져 이에 대응하는 방법을 충분히 연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토털사커가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그 문제점이 서서히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토털사커는 선수 개인의 기량과 체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젊은 선수들은 체력이 뛰어나지만 경기 흐름을 파악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하다. 반면 경험이 풍부한 노장 선수들은 체력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경기에 임하기가 쉽지 않다. 그라운드에 들어선 모든 선수들이 체력과 능력을 고루 갖추어야 한다는 점, 이것이 토털사커의 근본적인 문제점이었다.
<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