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월드컵 자문위원인 이성 서울시 시정기획관은 가족과 함께 2년간 세계 45개국을 여행한 적이 있는 여행 및 축구 마니아. 그에 따르면 ‘축구의 나라’ 브라질은 아예 인종차별이라는 단어조차 없을 정도로 모든 인종에 관대하다고 한다.
이런 사회 문화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브라질은 각양각색의 인종이 한 팀을 이루는 이른바 ‘퓨전축구’로 월드컵에서 4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2002월드컵의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는 98월드컵 우승팀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세계 올스타팀’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인종의 집합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프랑스는 유소년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출신을 불문하고 축구학교에 발탁해 뛰어난 선수로 키워내는 훌륭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축구 종주국’의 자존심이 대단한 잉글랜드와 ‘게르만의 혼’을 강조하는 독일도 대표팀에 흑인선수를 영입하는 등 문호를 개방했고 많은 국가들이 이런 현상을 따라가고 있다.
2002월드컵이 열리는 한달동안 한국을 찾을 외국인 관광객 수는 최고 5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월드컵 출전국 국민을 비롯해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 오는 다양한 인종의 관광객이 한국의 방방곡곡을 누빌 것으로 보인다. 관광업계에서는 이들이 최고 8억달러(약 1조원)를 관광비용으로 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관광으로 벌어들일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머릿속에 간직하고 갈 한국의 이미지다.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는다면 관광객 수만큼의 한국 홍보 대사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국민은 보통 ‘속정’은 깊지만 이를 겉으로 잘 나타내지 못해 외국인들로부터 “인종차별이 있다”는 오해를 받는다. 아무래도 말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해외로 진출한 우리 축구선수들은 비록 그나라 말을 제대로 못해도 축구라는 공통 분모를 매개로 손짓 발짓을 하면서 큰 문제없이 적응을 한다.이 처럼 우리도 월드컵을 공통의 관심사로 외국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선다면 ‘인종차별이 없는 훌륭한 나라’라는 최상의 인식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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