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수영장의 적’ 투시카메라

  • 입력 2002년 4월 23일 17시 49분


한국인과 일본인의 공통점 하나. 사진 찍기를 무척 좋아한다는 것. 세계 어느 관광지를 가나 경치 구경은 둘째치고 기념사진이나 비디오 찍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딱 한 곳. 절대 카메라를 들이대면 큰일 날 곳이 있다. 다름아닌 수영장.

최근 성남에서 열린 동아수영대회의 한 장면. 계영 400m 여대일반부 결승이 벌어지는 가운데 열심히 선수들을 응원하던 코치들이 갑자기 “저 X 잡아라”는 고함과 함께 관중석으로 우당탕 몰려갔다.

왜? 혹시 투시카메라로 촬영하는게 아닌가 해서다. 투시카메라는 말 그대로 옷을 투시해 맨살이 그대로 드러나게 찍을 수 있는 카메라.

지난해 10월 전국체전 수영장에서 투시렌즈를 장착한 비디오를 촬영하던 2명이 선수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또 인터넷 포르노사이트에 수영장 투시 사진이 올랐다고 해 말썽이 난 일이 있은 뒤 달랑 수영복 하나만 입은 여자선수들은 경기 성적보다 투시카메라 공포에 더 시달리고 있다.

경기에 나설 수영선수들은 출발전 가뜩이나 긴장해서 정신이 없는데 ‘누군가 나의 맨몸을 촬영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공포마저 가지니 기록이 제대로 나올 수 없다는게 일선 지도자들의 볼멘소리다. 이에 지도자들은 눈에 불을 켜고 관중 감시에 나서고 있고 간혹 자녀의 경기 모습을 찍으려는 학부모와 마찰을 빚기도 한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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