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대구에서 훈련하던 17일 ‘꾀돌이’ 윤정환(29·일본 세레소 오사카)에 대해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초 21일 합류시켜달라고 했는데 소속팀에서 팀 일정상 27일 중국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48시간 전에 보내준다는 연락을 받은 뒤 분개한 목소리였다. 그는 “윤정환이 테크닉과 패스가 뛰어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체력이 떨어지고 수비력이 약해 내가 좀더 보완해주려고 했는데 만일 이런식이라면 그는 월드컵에 아예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던 것.
대한축구협회와 에이전트의 노력으로 윤정환이 예정대로 합류하자 히딩크 감독은 아주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그를 괴롭혀오던 ‘플레이메이커’ 부재를 다소나마 해결 할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이후 히딩크 감독은 윤정환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있다. 23일 오전과 24일 오후 실시된 ‘비밀훈련’에서 윤정환에게 플레이메이커의 역할 중의 하나인 코너킥과 프리킥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집중 지도했다.
코너킥과 프리킥을 통한 세트플레이는 골을 낚아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공격수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제대로 띄워주느냐가 관건. 히딩크 감독은 윤정환을 송종국과 이천수, 이을용과 함께 세트플레이어의 전문키커로 훈련시켰지만 절묘한 센터링과 땅볼패스를 보여주는 윤정환에게 주문하는 게 많았다.
23일 오후 열린 ‘7대7 경기’에서도 히딩크 감독의 관심은 윤정환. 7명씩 3개조로 나뉘어 10분씩 로테이션으로 게임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 ‘체력훈련을 겸한’ 전술 훈련. 히딩크 감독은 윤정환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독려했다. 잠시라도 쉴라치면 “유니, 움직여”라고 소리쳤다. 조당 4게임을 뛰는 훈련이었는데 유상철이 컨디션 조절관계상 마지막 게임에 못뛰게 되자 즉각 “유니, 네가 한번 더 뛰어”라고 할 정도였다.
윤정환이 이번 훈련에서 절묘한 패스는 물론 적극적인 수비가담, 그리고 체력적으로도 전혀 문제 없이 훈련을 소화하자 히딩크 감독도 만족해 했다.
히딩크 감독은 24일 훈련이 끝난 뒤 “윤정환이 내가 주문한 것을 모두 해줬다. 그의 발전에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의 ‘윤정환 플레이메이커 만들기’.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지 관심거리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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