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세계 축구의 최대 고민은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허리에 더 많은 선수를 세울 수 있을까’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드필드 장악이 경기를 좌우한다는 판단에 따라 허리 강화가 주전략이 됐고, 이는 결국 미드필드에 선수를 많이 배치하는 포진법의 유행으로 나타났다.
문을 연 것은 1982년 칠레 월드컵에서 3-4-3 포메이션으로 4강에 오른 프랑스. 프랑스는 같은 포진으로 1984년 LA올림픽과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3위를 차지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도 프랑스의 포메이션은 변함없이 3-4-3이었다.
1986년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의 포진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3-5-2 전술이었다. 수비 3명, 미드필드 5명, 공격 2명으로 구성된 이 포진은 숫자의 배열만 봐도 허리를 두껍게 하는 포진임을 알 수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3-5-2나 3-4-3 모두 선수 전원이 함께 움직이는 토털사커 개념을 기본 전술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허리 싸움이 치열해진 만큼 더욱 비중이 높아진 미드필더들은 단순히 경기장 가운데를 지키는 선수가 아니라 공수에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동적인 임무를 맡게 됐다.
소련은 한술 더 떠 4-5-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이쯤 되면 아예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다. 어느새 축구는 골문 앞이 아니라 경기장 가운데를 주무대로 삼게 됐고 미드필드는 수비의 1차 저지선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기는 게 아니라 지지 않는 게 목표가 된’ 축구는 그만큼 재미가 없어졌고, 축구의 목표인 골도 당연히 줄어들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는 24개 팀이 출전해 52게임을 치렀지만, 골은 경기당 2.53골에 불과했다. 그나마 우승팀 아르헨티나는 7게임에서 14골을 넣고 5실점을 기록, 대회 평균골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드컵 우승 사상 최저 득점률을 기록했다. 연장전이 5차례, 승부차기가 3번이나 있었던 것 역시 골가뭄의 결과였다. 바야흐로 수비축구의 전성시대였다.
<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