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클럽도 지역 공동체의 일부〓크리스털 팰리스 클럽은 4년전인 1998년부터 인근 학교들과 손잡고 ‘학습 지원 센터’를 설립, 인근 지역의 초중교 학생들 가운데 학교생활 적응에 곤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방과 후 일주일에 2시간씩 경기장 내 마련된 교육 센터에서 컴퓨터, 영어 등의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찾아주는 것이 주요 교육 목적.
클럽은 학생들이 10주 동안의 프로그램 과정을 마치면 수료증서도 준다. 학습 지원 센터 내부 벽면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 선수로부터 수료증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음짓는 학생들의 사진이 잔뜩 붙어있다.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학생이 이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잉글랜드 대부분의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과 1부 디비전 축구 클럽들은 이와 비슷한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크리스탈 팰리스 팀의 사이몬 조단 구단주는 지난해 발간된 교육 프로그램 보고 책자에서 “축구 클럽은 커뮤니티의 중요한 부분이며 우리는 지역 주민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축구클럽의 지역 스포츠 센터 역할〓축구 클럽이 지역 주민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는 것은 학생들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 만은 아니다. 일부 명문 축구 클럽들은 축구장에 수영장과 테니스장 등을 갖춰 지역 주민들에게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스포츠 교실도 여는 등 지역 스포츠 센터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88년 축구 클럽 가운데 지역 스포츠 센터로서의 역할을 최초로 시도한 아스날 축구 클럽이다. 아스날 축구클럽은 하이버리 구장에 풀타임 7명, 파트타임 16∼18명의 스포츠 지도자들을 보유하고 오전, 오후에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테니스, 필드하키, 크레킷, 수영 등의 스포츠 교실을 운영하는 한편 주말에는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 대상으로 축구 교실도 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무료며, 유료 프로그램도 시간당 1파운드(1880원)로 저렴하다. 프로그램 운영자로 필드 하키 지도도 하고 있는 빌 윌리암스씨(30)는 “우리 축구 클럽의 이러한 활동이 널리 알려지면서 먼 곳까지 원정을 나가 스포츠 교실을 여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축구 문화는 국제적〓런던에서 독자적으로 잉글랜드 축구팀 응원 단체를 운영하면서 ‘잉거랜드’라는 소식지도 펴내고 있는 마크 페리먼씨(42)은 “영국은 가장 국제화된 축구문화를 갖고 있다”는 흥미로운 의견을 피력했다. 영국의 열성적인 팬들은 경기를 쫓아 세계를 여행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국제적인 축구팬이며, 잉글랜드 축구 클럽들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다국적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 그는 “이제 국적에 관계없이 특정 선수나 감독의 팬이 되어 응원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 예로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지난해 11월 있었던 잉글랜드 팀의 A매치 경기에서 영국 관중들이 카드섹션으로 영국 국기를 상징하는 붉은 색 십자가를 만들고 그 옆에 나란히 스웨덴 국기를 상징하는 하늘색 바탕의 노란색 십자가를 만든 모습이었다.
런던〓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