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때마다 재치있는 입담으로 좌중을 주도하는 한국축구대표팀의 사령탑 거스 히딩크 감독(55)이 1일 대한축구협회 회의실에서 가진 월드컵 본선 엔트리 23명 선정 배경과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여유있는 농담을 던졌다. 지난해말 제주전지훈련 중 방송용 헬리콥터가 경기장에 나타나 깜짝 놀란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특유의 자신감 넘친 표현으로 기자회견장을 압도했다. “우리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고.
이날 그의 기자회견 화두는 ‘밝음(brightness)’이었다. 회의실 조명처럼 월드컵은 물론 한국 축구의 미래도 밝다는 뜻이었다.
“월드컵 이후에도 축구는 계속된다”고 말한 히딩크 감독은 “최근 한국 축구의 잠재력을 새삼 느끼고 있다”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스트라이커 최성국, 수비수 여효진(이상 고려대), GK 염동균(전남) 등 루키 3명을 2일부터 시작되는 서귀포 전지훈련에 특별히 동참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 준비 계획을 소상히 밝혀달라.
“체력 훈련과 전술 훈련을 병행하는데 약점을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미세 조정이 될 것이다. 더불어 스코틀랜드(16일), 잉글랜드(21일), 프랑스(26일) 등 세계적인 강팀과 평가전이 잇따르는데 설사 지더라도 우리 팀에 마이너스가 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팀들과 붙어 보는 게 우리에게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한 큰 기회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선수들이 어느 팀과 붙어도 가진 기량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윤정환과 안정환이 힘겹게 선발됐고 이동국과 고종수는 끝내 탈락했는데….
“우선 두 정환은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다. 하지만 안정환은 소속팀 경기에 자주 빠져 체력이나 기술적으로 처져 있었다. 윤정환은 자신이 공수를 주도했던 소속팀이 2부리그로 추락한 게 치명적이었다. 또 2부리그에서는 수준 있는 경기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마지막 훈련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이동국은 스타라고 해서 우쭐대지 않고 성실히 훈련에 임했다. 때문에 어려운 결정을 했는데 엔트리 제한이 있는 만큼 어쩔 수 없었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때 주어진 기회를 못 살린 고종수도 마찬가지다. 둘 다 아직 젊은 만큼 월드컵 이후에도 얼마든지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현 시점에서 한국의 조별 리그 승패를 예상한다면….
“예선에서 3전 전승을 하는 팀은 드물다. 나는 선수들의 자신감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 한국이 앞으로의 평가전에서 지더라도 실망하지 말길 바란다. 네덜란드도 98프랑스월드컵 직전 나이지리아와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대승을 거두고도 월드컵 첫 경기인 벨기에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코너에 몰렸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아울러 해외에서는 우리의 16강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는데 우리가 가진 기량을 충분히 펼쳐낸다면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최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월드컵 이후에도 유임시킬 의사를 밝혔는데….
“지금은 월드컵에만 전념하고 싶다. 정 회장의 뜻은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쁘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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