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의 이상적인 체격도 펠레가 기준이었다. 펠레의 키는 1m70. 따라서 1960∼70년대 축구선수의 이상적인 키는 당연히 1m70으로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그 고정 관념이 ‘축구 신동’ 마라도나의 출현으로 깨진 것은 86년 멕시코월드컵때.
마라도나의 키는 1m66. 작지만 ‘소형 탱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단단한 체구를 가진 마라도나는 이제까지 축구팬의 뇌리속에 박혀있던 펠레의 이미지를 많은 부분 걷어냈다. 마치 오뚝이처럼 생긴 탄탄한 몸을 바탕으로 장신의 수비수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절묘한 슈팅과 패싱력을 보이던 마라도나의 플레이는 80년대의 전형이었다.
90년대 들어 축구선수의 이상적인 모델은 또다시 바뀌었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로 떠오른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 1m85, 78㎏의 거한이다. 또한 브라질의 ‘신 축구황제’ 호나우두도 1m83, 81㎏의 큰 체격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최근 국제적인 축구스타들은 1m80 이상의 큰키를 지닌 선수들이 대부분이다.한국축구대표팀도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왔다. 60,70년대에는 작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다 차츰 덩치가 큰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경향이었고 98프랑스월드컵에 출전한 대표팀은 평균키가 1m80.8, 몸무게가 75.04㎏으로 역대 최장신군단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발표된 2002월드컵 출전 한국대표팀은 98프랑스대회 때에 비해 평균 신장은 1.33㎝, 몸무게는 1.96㎏ 작아졌다. 평균신장 1m79면 거의 1m80대에 가깝지만 펠레의 신장인 1m70대로 내려왔다는 점에서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우리 대표선수들이 체격은 좀 작아졌지만 ‘축구 황제’ 펠레처럼 화려한 기술을 발휘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