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축구대표팀 ‘히딩크 사단’의 월드컵 대비 마무리 훈련.
◀거스 히딩크 감독(오른쪽)이 볼을 주고받으며 복근 강화 운동을 하고 있는 이을용의 옷을 잡아당기며 농담을 건네자 이을용이 파안대소하고 있다.서귀포〓이훈구기자 ufo@donga.com
‘지옥훈련’으로 알려진 체력훈련이 2시간 넘게 계속됐는데도 어쩐 일인지 선수들의 표정이 너무 밝았다. 지옥훈련은 선수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으로 마지못해 하는 훈련인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된 것. 선수들 모두가 땀을 흠뻑 쏟아내며 가쁜 숨을 몰아 쉬었지만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왜 그럴까. 선수들의 태도가 바뀌어 있었다. 송종국(23·부산)은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든 게 체력훈련으로 선수들 모두가 훈련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한다”며 “즐기다보면 어느새 훈련이 끝난다”고 말했다. 이을용(27·부천)도 “어느 때부턴가 체력훈련이 즐겁다”며 “웃으면서 훈련을 하기 때문에 그리 힘든 것 같지 않다”고 거들었다.
히딩크 감독은 5일 “지난 3일간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이제 이틀간 강도를 줄인 뒤 또다시 2, 3일동안 이번보다 더 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이달 중순까지는 선수들의 체력을 최고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히딩크 감독은 “모든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지만 즐기면서 해야 힘든 것을 참을 수 있다. 그동안 즐기라고 강조했다. 처음엔 한국 선수들이 훈련에 수동적이었는데 이제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여기엔 히딩크 감독의 치밀함도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힘든 체력훈련에 빠져들도록 하기 위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김현태 골키퍼 코치는 “체력훈련 중간중간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이벤트를 넣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체력훈련은 일단 매번 스타일이 바뀐다. 또 스피드 훈련땐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릴레이게임을 시키고 배근력을 강화시킬 땐 볼을 이용해 흥미를 돋운다. 선수들끼리 몸을 서로 부딪치며 하는 훈련도 있다. 이렇다보니 체력훈련이라기보다는 노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효과는 만점이다. ‘유럽파’ 설기현(23·안데를레흐트)은 “벨기에에서 이같은 훈련을 해본 적이 없다. 힘은 들지만 체력이 좋아져 이젠 어떤 팀하고 붙어도 이길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광명 기술위원은 “선수들의 체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3일부터 사흘간 체력훈련에만 매달렸다. 3일과 4일엔 스피드와 전신지구력을 기르는 훈련과 팔, 다리, 배근력을 키워주는 기초체력훈련에 집중했다. 또 4일 오후와 5일엔 6 대 6, 7 대 7 등 미니게임으로 10분 뛰고 2분 쉬는 식으로 인터벌 트레이닝을 실시해 플레잉 체력을 키워주는 훈련을 계속했다.
한편 히딩크 감독은 이날 훈련이 끝난 뒤 “6일과 7일 이틀간은 서귀포 동부구장에서 비공개 훈련을 하겠다”고 밝혔다. 비공개 훈련은 세트플레이 훈련에 포커스가 맞춰질 전망이다.
서귀포〓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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