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유럽이나 남미의 축구대표팀은 이처럼 장기간 합숙훈련을 반복하지도 않을뿐더러 할 수도 없다. 장기간 합숙훈련을 할 경우 선수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족과의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풍토에다 거액의 몸값을 받는 프로선수들이여서 아무리 국가대표로서의 의무를 강조해도 통하지 않는다. 특히 외국선수들이 장기간의 합숙훈련을 싫어하는 이유는 성생활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한참 혈기 왕성한 나이에 부인과 오랫동안 동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선수들이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어떨까. 히딩크 감독은 “성관계는 지극히 사적인 것이다. 개인에 따라 취향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강요할 수 없다”며 “훈련 중간중간에 휴식기간을 배려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운동생리학 전문가들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 기혼 선수들의 성관계는 허용하는게 오히려 낫다고 주장한다. 성관계 때의 에너지 소비량이 미미한 정도이기 때문에 경기 4일전까지는 성관계를 허용해도 된다는게 정설이다. 그러나 단지 성욕구를 채우기 위한 미혼 선수의 성관계는 경기력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축구강국인 브라질과 독일, 잉글랜드는 장기 합숙이 필요한 월드컵 기간에 부인이나 애인을 대동하게 했을 때와 금지시켰을 때를 비교했을 때 성적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고 한다. 브라질은 부인이나 애인을 숙소로 초청하는 것을 금지한 98프랑스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한 반면 허용을 했을 때인 94미국월드컵에서는 우승했고 독일은 허용했을 때인 74서독월드컵에서 우승한 반면 금지한 98월드컵에서는 8위에, 잉글랜드는 허용했을 때인 90월드컵에서는 4위에 올랐지만 불허했던 98월드컵에서는 9위에 머물렀다.
한국축구대표팀은 어떨까. “매일의 훈련이 너무 고되다보니 다른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잠을 잡니다” 한 총각 선수의 말이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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