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골 넣는 '괴짜 수문장' 칠라베르트

  • 입력 2002년 5월 12일 17시 28분


98프랑스월드컵 때의 인상적인 한 장면.

1-1 동점 상황에서 자기팀 스트라이커가 강슛으로 상대 골네트를 흔들자 반대편에선 골키퍼가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골네트를 기어오르며 찢어버릴 듯 잡고 흔들어댔다. 경기종료직전 추가골이 터졌을 때는 더욱 가관. 이번에는 그라운드에서 이리저리 막 뒹굴기 시작했다.

누굴까?기량은 물론 ‘괴짜순위’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파라과이의 수문장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37). 98년 6월24일 나이지리아와의 D조 마지막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칠라베르트는 ‘골 넣는 골키퍼’의 대명사로도 잘 알려져있다. 개인 통산 58골. 2002 한일월드컵 남미지역 예선에서도 14경기에 출전, 4골을 뽑아냈다.물론 그가 뽑아내는 득점은 프리킥이나 페널티킥에 의한 것. 세트플레이 기회가 생기기만 하면 그는 어김없이 골문을 버리고 뛰어나와 강한 슈팅을 날린다.

아르헨티나 프로리그 벨레스 사스필드 소속으로 뛰던 99년 11월29일 카릴 오에스테와의 경기에선 골키퍼로선 세계 최초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리베 플레이트전에선 55m짜리 프리킥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물론 이런 실력이 노력없이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다. 팀훈련이 끝난 뒤 매번 홀로 남아 킥연습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하루 100회 하던 킥연습을 최근엔 150회까지 늘렸다고 AP 통신은 전한다.

그렇다고 칠라베르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이 엽기에 가까운 제스처와 골을 잘 터뜨려서만은 아니다. 본업인 수문장으로서의 능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 칠라베르트는 4경기에서 단 2실점만 했다. ‘죽음의 조’라고 불리던 D조(나이지리아 스페인 불가리아) 3경기에서 1실점한 뒤 16강전에서 결국 이 대회 챔피언이 된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23분만에 로랑 블랑에게 아깝게 골든골을 내준 것.

95년과 97년 국제축구역사 및 통계연맹(IFFHS)선정 ‘세계최우수골키퍼’에 선정된 것만을 봐도 증명된다.

그는 거친 입담과 몸놀림 때문에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94년 아르헨티나리그에서 상대선수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경기장 직원에게도 주먹을 휘둘러 징역 3개월을 선고받기도 하고 기자와 관중을 폭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브라질과의 지역예선전에선 0-2로 진 뒤 상대팀 수비수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얼굴에 침을 뱉어 결국 3경기 출전정지를 받기도 했다.

칠라베르트는 “은퇴 후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인구 536만명에 불과한 파라과이 국민에게 그는 영웅이기에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순 없다.

칠라베르트는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도 노년에 가까운 35세(2000년 11월)에야 유럽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다. 구단주들이 그가 어디로 튈지 몰라 기피했던 탓이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칠라베르트는 누구.

△생년월일〓1965년 7월27일

△출생지〓파라과이 루케

△체격〓1m88, 93㎏

△포지션〓골키퍼

△소속팀〓라싱 스트라스부르(프랑스 프로리그, 2000년 11월∼)

△대표팀 데뷔〓1989년

△주요경력〓국제축구역사 및 통계연맹(IFFHS)선정 ‘세계최우수골키퍼’ 2회 선정(95,97). 아리헨티나리그선수권 3회 우승(93,95,96) 유럽-중남미(도요다)컵 우승. 통산 58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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