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BK “악몽은 없다”

  • 입력 2002년 5월 12일 17시 46분


김병현(右)이 올 시즌 첫 구원승을 거둔 뒤 포수 로드 바라하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김병현(右)이 올 시즌 첫 구원승을 거둔 뒤 포수 로드 바라하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9회말 동점홈런 허용. 지난해 월드시리즈의 ‘악몽’이 되살아날 법도 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와 다른 점은 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이겼다는 사실이다.

김병현이 올시즌 처음으로 세이브 기회를 놓쳤지만 근성으로 승리를 따냈다.

12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 5-4로 앞선 8회 선발 랜디 존슨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등판하자마자 3타자를 연속 3구삼진으로 잡아내는 괴력을 보였다. 1이닝 동안 공 9개로 연속 3구삼진을 잡아낸 것은 메이저리그사상 33번째의 진기록.

하지만 방심한 탓인지 그는 9회말 원아웃을 잡아놓고 필라델피아 토마스 페레즈에게 동점홈런을 맞았다. 올시즌 첫 홈런이자 첫 블로운세이브(세이브상황에서 구원에 실패한 것). 이전까진 10차례 세이브기회에서 100% 구원성공률을 보였었다.

이제 경기는 연장전. 연장 10회초 공격에서 애리조나는 2사 1루에서 주니어 스파이비의 2루타로 6-5 한점차 리드를 잡았다. 팀이 한점을 리드하자 김병현은 코칭스태프에게 1이닝을 더 던지겠다고 요청했다. 자신이 끝까지 경기를 책임지겠다는 근성이 발동한 것이다.

8,9회에 이어 10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결국 필라델피아 타선을 삼자범퇴시키고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마무리투수임에도 3이닝씩이나 투구한 그는 “한이닝을 더 던질 자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애리조나 밥 브렌리감독은 “2이닝 동안 26개의 공을 던져 빼려고 했으나 그가 더 던져도 괜찮다고 했다”며 “투수는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를 한다. BK(김병현의 애칭)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경기에서 3이닝 2안타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김병현은 평균자책이 0.82로 올라갔고 시즌성적은 1승10세이브가 됐다. 그는 연장 10회 타석에서 가운데 안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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