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이럴 진대 훨씬 적은 인원이 참여하는 프로야구판의 투표는 오차 정도가 심하다 못해 왜곡되는 일마저 발생하곤 한다.
84년 삼성 이만수는 한국 프로야구사에 유일한 타격 홈런 타점의 메이저 타격 3관왕을 차지하고도 27승의 롯데 최동원에게 최우수선수상을 내줘야 했다. 반면 83년에는 홈런 타점만으로도 30승의 삼미 장명부를 꺾었다. 84년은 삼성이 시즌 막판 롯데 홍문종에게 8연속 고의볼넷을 내주며 타격왕 레이스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던 게 치명타가 됐고 83년은 장명부가 재일동포라는 핸디캡을 안은 결과였다.
세계 최초의 다승 구원왕인 한화 송진우가 92년 팀후배 장종훈에게 밀린 것도 성적 조작이 원인. 95년 LG 이상훈이 5년만의 20승투수가 되고도 타율 0.272에 25홈런의 평범한 성적을 거둔 두산 김상호에게 진 것은 투표권자인 기자단과 이상훈의 ‘대화 단절’ 때문이었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해 지난해 아메리칸리그는 시애틀의 스즈키 이치로에게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안기는 ‘헐리우드 액션’을 취했다. 이치로는 일본에서 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객관적인 비교에선 당시 오클랜드의 제이슨 지암비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였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인 ESPN이 지암비 특집을 준비해뒀다가 부랴부랴 이치로로 바꾸는 촌극을 빚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반면 98년 내셔널리그는 70홈런 이정표를 세웠던 세인트루이스의 마크 맥과이어 대신 66홈런에 그쳤지만 공수주 만능선수인 시카고 컵스의 새미 소사에게 MVP를 안기는 ‘탁월한 선택’을 하기도 했다.
13일 한국 프로야구 20년 올스타가 확정됐다. 3명의 현역투수가 맞붙은 왼손투수 부문에선 일본 오릭스의 구대성이 1승 소식을 보내오거나, 이상훈이 귀국하면 순위가 바뀌는 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통산 최다승에 빛나는 송진우가 영광을 차지하는 등 대체로 수긍이 가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1루수 부문에서 프로야구의 ‘살아 숨쉬는 역사’ 장종훈이 기아 김성한감독과 삼성 이승엽에 큰 표차로 뒤진 3위에 머물렀다는 것만을 빼고…. 물론 기자의 개인 의견이다.
20년 올스타와는 달리 일부 구단과 팬클럽이 ‘죽기살기로’ 달라붙는 2002시즌 올스타 투표에서도 공정한 결과를 기대해본다.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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