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30분간 잘 버티다가 내리 3골을 먹어 대패하기는 했지만 유럽의 맹주 잉글랜드를 상대로 경기를 함으로 해서 세계의 강호들과도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었다. 물론 본선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넘진 못했지만 우리는 상당히 선전했다.
우리 대표팀이 2002월드컵 16강의 마지막 담금질로 16일 스코틀랜드, 21일 잉글랜드, 26일 프랑스 등 유럽의 강호들과 잇따라 평가전을 갖는다. 일부에서 자칫 크게 패할 경우 선수들이 주눅들면 어쩌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내 생각으론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현대 축구는 파워와 스피드가 없으면 승산이 없다. 본선에서 우리가 만날 폴란드와 미국, 포르투갈도 우리보다 한수 위의 전력을 가지고 있는 팀이다. 어느 팀 하나 손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해선 ‘선진축구’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이번 평가전은 선수들이 유럽축구에 적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엄연히 실력차는 존재한다. 그 실력차를 줄이기 위해선 상대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주는 게 필요하다. 특히 스코틀랜드는 신장이 크고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하고 있어 폴란드나 미국와 유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스코틀랜드전을 통해 폴란드와 미국을 공략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장신의 선수들을 마크하는 법과 이기기 위해선 어떤 전략을 써야할 지까지 연구해 찾아내야 이번 평가전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평가전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경기란 질수도 있다. 15일 일본이 노르웨이와 평가전에서 0-3으로 졌다. 노르웨이는 일본이 얼마전 2-0으로 꺾었던 폴란드보다도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었다. 그만큼 축구경기란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강호들을 상대로 우리가 얻어낼 것만 얻으면 된다.
최근 한국대표팀이 평가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다소 들뜬 분위기인 것처럼 보인다. 선수들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평가전에 임하길 바란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승부는 모르는 것이다. 우리는 평가전을 통해서 D조에 속한 팀들을 누를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겼다고 지나치게 흥분하면 자칫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허정무 본보 축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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