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 나선 한국축구대표팀이 그랬다. 양 날개로 선발 출전했던 이천수와 박지성은 끊임없이 좌우를 넘나들며 상대 수비 라인을 파고들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영표가 양 사이드로 치고 드는가 하면 어느새 오른쪽 윙백 송종국이 중원을 휘젓고 있었다.
잔뜩 움츠러들었던 스코틀랜드가 모처럼 전진해 나오면 순식간에 ‘리베로’ 홍명보의 발길이 상대 문전 최전선까지 내달았다. 특히 후반 안정환과 윤정환의 교체 투입은 선취골을 내준후 나름대로 안정을 찾아가던 스코틀랜드 수비 라인에 ‘핵 펀치’였다.
이날 한국은 전후반, 매 순간이 다른 ‘천의 얼굴’을 선보였다.
16일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송곳처럼 상대 수비 허점을 파고들던 ‘멀티플레이어’ 이천수가 골키퍼와 수비수를 따돌리고 선제골로 이어진 슈팅을 하고 있다.부산〓이훈구기자 ufo@donga.com
탄탄한 조직력이 요구되는 수비 라인을 제외하곤 전 선수가 포지션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로 무장해90분 내내 상대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한국축구가 이처럼 난공불략으로 여겨졌던 유럽의 벽을 넘고 ‘도깨비 팀’으로 탈바꿈한 이유는 뭘까.
바로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과감한 포지션 파괴. 지난해부터 강도높게 실시해온 ‘맞춤식 파워 프로그램’과 베스트11을 조기 확정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이어온 포지션별 릴레이 선수 기용이 이제 그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은 행복한 고민을 안게 됐다. 원톱 자리 하나를 두고 보더라도 황선홍 안정환 설기현 최용수중 누구를 택해야할지 판단이 쉽지 않다.
“베스트11은 없다. 엔트리 23명 모두가 주전”이라는 히딩크 감독의 말대로 한국은 이제 주전 후보가 따로 없는 고른 기량 속에 ‘멀티 플레이어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수비 불안, 후반 체력 저하, 골결정력 실종 등 그간의 갖가지 고질을 딛고 일어선 한국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도 신바람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부산〓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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