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박지성(21·교토 퍼플상가)은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도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만 해도 그냥 좋았는데 신문을 보니까 내가 좀 유명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월드컵 열기에 기름을 부은 이 한 골로 박지성은 하루 아침에 ‘영웅’이 됐다.
박지성은 2000년 4월 처음 태극 마크를 단 후 대표팀에 꾸준히 기용돼 왔지만 별로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폭발적인 득점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화려한 드리블과도 거리가 멀었다. 여드름 자국이 가시지 않은 얼굴은 ‘개성’보다는 ‘평범’에 가까웠고, 1m75, 70㎏의 자그마한 몸집은 다른 선수들 틈에 파묻혔다.
박지성을 스카우트한 명지대 김희태 감독은 “볼이 오면 끌지 않고 바로 패스하기 때문에눈에 띄지 않는 선수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성이는 수원 삼성에 가고 싶어했는데 몸이 약하고 체구가 작다는 이유로 가지 못해 줍다시피해서 데려왔다”고 말했다.
박지성을 올림픽 대표로 선발한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은 “지구력이 좋아 볼 있는 곳에는 항상 박지성이 있었고 감각이 있어 가로채기도 잘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적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가장 발전 속도가 빠른 선수”라고 평가했다.
2000년 6월 명지대를 휴학한 뒤 일본 프로축구 J2 교토 퍼플상가로 진출하면서 박지성은 한 단계 도약한다. 박지성은 지난 해 발군의 플레이메이킹 실력으로 팀의 우승과 1부리그 승격에 큰 공을 세웠다.
박지성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기동력으로 히딩크호 감독의 ‘총애’를 받았다. 박지성은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에서 한국이 승리를 거둔 2경기의 결승골을 모두 어시스트해 대표팀에서 입지를 넓혔다.
이천수, 최태욱과 함께 대표팀에서 가장 어리지만 히딩크 감독은 그의 수비 가담 능력을 높이 사 수비형 미드필더, 오른쪽 윙백, 오른쪽 날개 등 여러 자리에서 기량을 테스트하고 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