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DMZ 철조망 선물하세요"

  • 입력 2002년 5월 22일 20시 54분


한국은 지금 월드컵 개막준비가 한창이다. 월드컵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테러 및 훌리건 난동 방지에는 여성경찰관들이 전면에 나선다. 관광업계 역시 "관광객들이 월드컵 관전만 끝내고 돌아가는 일이 없게 하겠다"며 의욕에 넘쳐있다.

○…긴장된 분위기속 '햇볕정책' 유지

"긴장을 늦추진 말되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라."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은 경기장 경비 대책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하루 3000여명이 견학하는 서울 월드컵경기장. 경기장 입구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는 사람은 여성 경관들이다. 이들은 서울경찰청 소속 여성경관 98대대 56명이다.

" '와, 여성들이구나' 라며 견학자들은 긴장을 풀게 됩니다" 라고 이영자 팀장은 말한다.

98대대의 평상시 임무는 시위현장 질서유지다. 상대가 여성이면 노동자들도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여성경관들은 월드컵 본선경기가 열리는 각 경기장에서 활약하게 된다. 소지품 검사 외에 의심스러운 사림이 없는지 살핀다.

군경중심의 한국경비체제에서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바로 긴장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것이다.

일본의 자위대와 비교해 볼 때, 한국군의 행동 범위도 넓다. 경기장 상공에 있는 비행 금지구역 주변에는 전투기가 초계 비행한다. 경기장 근처 산악, 하천, 해안에는 테러조직 침입을 대비한 매복 부대도 배치된다.

월드컵 안전대책 통제본부의 금상규 안전관리과장은 "대회 운영 시스템이나 법적인 면에서 일본보다 관리가 쉬운 것이 사실이다. 자신 있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런데 작년 5,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이러한 경비 체제가 오히려 부담이 됐다. 경관의 모습이 너무 자주 눈에 띄어 '관객에게 위압감을 준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 경관의 도입은 개선책의 일환이다. 남성 경관의 대다수는 자원봉사자 복장이나 사복으로 경비에 임하게 된다. 16일 부산에서 열렸던 한국대 스코틀랜드전에서도 제복을 입은 경관의 모습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긴장감 맴도는 최전선을 관광지로 개발

"'비무장지대(DMZ)에 쓰인 낡은 철조망' 선물로 어떠세요."

한국 북서쪽에 위치한 파주시가 DMZ관광에 힘을 쏟고 있다. 월드컵을 관전하러 오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사업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긴장감 감도는 지역이 이제는 귀중한 '관광지'가 됐다.

셔틀버스를 타고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들어선후, 약15분정도 더 달리면 미채색의 도라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비무장지대(DMZ)의 울창한 숲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북한의 '선전마을'에는 높이가 100m나 되는 철탑이 있다. 전망대 밖에는 25대의 옥외 망원경 설치공사가 한창이다.

작년 이 DMZ관광에 참가한 관광객 수는 18만7000명. 이 중 3만7000명은 일본 중국 미국인이었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임진강 부근의 셔틀버스 출발지 주변도, 군인들의 경계가 계속되는 가운데 관광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파주시에선 작년에 바이킹과 매점 등을 정비했다. 선물가게에는 길이 15cm 정도의 'DMZ 철조망'과 남북병사를 따라 만든 마스코트 저금통이 놓여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널리 알리는 좋을 기회가 될 겁니다. 축구 관전과 함께 비무장지대(DMZ)도 둘러보고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물론 안전은 보증합니다"며 파주시 담당자는 웃었다.

<아사히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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