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치고 장구쳤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게 아닐까.
천안 북일고 ‘에이스’ 안영명 최고의 날이었다. 23일 서울고와의 16강전. 안영명은 0대2로 뒤진 3회 2사3루의 위기에서 선발 남상준을 구원등판해 첫 타자를 3루땅볼로 처리하며 이날 활약을 예고했다.
최고구속 141km를 스피드건에 찍은 강속구를 몸쪽으로 과감하게 붙이는 공격적인 투구로 안영명은 연장 10회까지 서울고 타선을 잠재웠다.간간이 던진 커브는 스크라이크 존을 하나도 통과하지 않았지만 직구가 워낙 좋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운드에서의 자신감은 타격으로 이어졌다. 평소 타격연습을 하지않았지만 이날은 공이 수박만큼 커 보였다.4회 2사 2루에서 1타점 좌전 적시타를 친 것만으론 부족했던지 6회 1사 1,2루에선 동점타까지 쳐내는 기염을 토했다.
안영명은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중인 ‘한국형 핵 잠수함’김병현을 무척 좋아한다. 이것저것 고민 안하고 정면승부를 거는 피칭 스타일이 자신과 너무 비슷해 열혈 팬이 됐다.안영명의 가슴속에는 김병현 처럼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빅리거’가 되겠다는 야심이 꿈틀거리고 있다.
안영명은 천안 남산 초등학교 4학년때 야구를 시작했다. 1년위인 형(안영진·성균관대 투수)의 유니폼 입은 모습에 반해 자신도 글러브를 끼었다. 그가 야구를 곧잘하자 동생(안영한·천안북중 투수)도 야구선수의 길에 뛰어들어 3형제가 모두 투수로 뛰고 있다.
안영명은 이번대회 목표가 뭐냐고 묻자 단호하게 “우승”이라고 대답했다.
“지난 대통령배에서 광주일고에 우승컵을 내주고 동료들 모두 자진해서 삭발을 했습니다. 이번엔 꼭 우승기를 차지하고 말겁니다.”
검게 그을린 그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친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