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증 유출…월드컵 운영 ‘불협화음’

  • 입력 2002년 5월 28일 18시 52분


월드컵 취재용 출입카드가 잘못 발급된 데 이어 한국과 프랑스와의 평가전 당시 경기장 출입증(ID카드)이 외부로 유출됐던 것으로 밝혀져 개막을 앞둔 월드컵 대회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한국과 프랑스 월드컵대표팀 간의 평가전이 열린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중앙매표소 앞에서 ID카드를 이용해 입장권이 없는 관람객으로부터 돈을 받고 입장시켜준 혐의로 28일 김모씨(40·노점상)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경기장 주변에서 어떤 부부로부터 3만원씩 6만원을 주고 ID카드 2장을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가 소지하고 있던 문제의 ID카드는 한국-프랑스 경기를 위해 대한축구협회가 대통령 비서실, 청와대 월드컵 안전기획단, 마케팅 대행업체 등에 발부한 출입증으로 VIP석을 제외한 경기장 내 모든 곳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STAFF A’ 등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카드를 대행 발급한 FC사 관계자는 경찰에서 “자체 직원들에게 20장을 지급하고 나머지 100장은 코카콜라, 현대자동차 등 당일 대회 광고 후원업체에 나눠줬다”며 “그러나 일련번호를 기재하지 않아 누구에게 지급된 카드인지는 알 수 없다”고 진술했다.

한편 미국 인터넷 네트워크 직원이 영국 기자의 이름으로 된 월드컵 취재용 출입카드를 발급 받은 사건의 경우 카드를 발급한 월드컵 국제미디어센터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안전통제본부가 카드가 잘못 발급된 지 8일이 지나서야 카드 부정발급 사실을 안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안전통제본부는 출입카드가 잘못 발급된 16일은 물론 영국 기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출입카드가 이미 발급됐다는 것을 월드컵조직위원회 직원에게 알려준 20일에도 출입카드 부정발급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

국가정보원에서 파견된 안전통제본부 상황실 책임자는 “카드가 잘못 발급된 사실을 24일 오후 8시2분에 처음 알았으며 경찰은 현장 파견 직원을 통해 안전통제본부가 알기 전 미리 이 사실을 알았다”며 “카드 발급은 월드컵조직위원회의 업무여서 안전통제본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국제미디어센터 안에 있는 경찰 현장지휘소가 안전통제본부로부터 24일 오후 6시57분에 처음 신고를 받았다”며 이 책임자의 말을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을 총괄하는 안전통제본부가 24일 밤에야 카드 부정발급을 알았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만일 출입카드가 대회 기간에 테러분자의 손에 넘어갔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뻔했다”고 안전통제본부를 비난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수원〓남경현 biblul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