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선수들의 자신감이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역대 월드컵 때와 달리 선수들이 앞다퉈 한국의 16강 진출을 자신하고 있다. 과거 언론이나 팬이 앞서 나간다고 불평을 터뜨렸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상황이다.
이 같은 대표팀의 자신감은 3월 유럽 전지훈련 때부터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강호 튀니지, 핀란드, 터키를 맞아 1승2무를 기록했고 이후 중국전까지 5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세우는 위력을 과시했다.
이후 스코틀랜드전 4-1 승리, 잉글랜드전 1-1 무승부는 한국의 16강 희망에 기름을 부었다. 이 두 경기를 통해 한국은 ‘유럽 징크스’는 물론 과거 상대의 명성에 주눅들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던 모습을 완전히 털어냈다.
히딩크 감독의 한국대표팀에 언제나 행운만 따랐던 건 아니다. 지난해 1월 첫 출전한 칼스버그컵과 이은 두바이컵에서 노르웨이와 덴마크에 패해 유럽의 높은 벽을 절감해야 했고 컨페더레이션스컵 때는 1라운드에서 2승을 올리고도 최강 프랑스에 0-5 참패를 당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한국은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이은 유럽전지훈련 때도 다시 체코에 0-5로 패하는 수모를 당했고 히딩크 감독은 ‘오대영’이란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흔들림이 없었다. 목표를 오로지 월드컵 16강에 정조준하고 주위의 비판에 아랑곳 없이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따른 체력 훈련과 전술 훈련을 밀어붙였다.
첫 번째 희망의 징조는 지난해 말 크로아티아와 미국과의 잇따른 평가전에서 나타났다. 플랫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바꾼 수비라인이 안정감을 되찾으면서 팀 조직력이 정상 궤도에 접어들었고 적어도 지지 않는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대표팀의 위기는 올 초 북중미골드컵대회 때 또 한차례 찾아왔다. 경기 일정에 상관없이 강한 체력 훈련을 병행하다 2무3패의 초라한 성적을 안고 귀국한 것. 하지만 이후 유럽팀과의 집중적인 평가전 결과는 히딩크 감독의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한국대표팀이 그간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한 방향으로 달려온 것은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 간에 싹튼 강한 믿음이 원동력이었다. ‘무한 경쟁’을 기치로 내건 히딩크 감독은 최종 엔트리 확정 순간까지 선수들에게 기존 명성에 관계없이 공평한 기회를 줬고 선수들은 치열한 살아남기 경쟁을 통해 전력 극대화를 이끌어냈다.
아울러 히딩크 감독은 ‘자율’과 ‘창의’를 화두로 선수들이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는 플레이를 유도했고 과학적인 프로그램으로 이를 뒷받침해 왔다.
이제 한국은 역대 어느 대회보다 한국의 16강 달성 목표를 밝은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설사 목표 달성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지난 일년반 히딩크 감독과 함께한 기간은 한국축구에 유익한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히딩크감독 출범후 한국대표팀 전적(32전11승11무10패) | ||||||
날짜 | 장소 | 대회 | 상대팀 | 결과 | 득점자 | |
2001년 | 1.24 | 홍콩 | 칼스버그컵 | 노르웨이 | 2-3패 | 고종수 김도훈 |
1.27 | 홍콩 | 칼스버그컵 | 파라과이 | 1-1(6PK5)무 | 고종수 | |
2 . 8 | 두바이 | 두바이컵 | 모로코 | 1-1무 | 유상철 | |
2.11 | 두바이 | 두바이컵 | UAE | 4-1승 | 송종국 유상철 설기현 고종수 | |
2.14 | 두바이 | 두바이컵 | 덴마크 | 0-2패 | ||
4.24 | 카이로 | LG컵 | 이란 | 1-0승 | 김도훈 | |
4.26 | 카이로 | LG컵 | 이집트 | 2-1승 | 하석주 안효연 | |
5.25 | 수원 | 친선경기 | 카메룬 | 0-0무 | ||
5.30 | 대구 | 컨페더레이션스컵 | 프랑스 | 0-5패 | ||
6 . 1 | 울산 | 컨페더레이션스컵 | 멕시코 | 2-1승 | 황선홍 유상철 | |
6 . 3 | 수원 | 컨페더레이션스컵 | 호주 | 1-0승 | 황선홍 | |
8.15 | 체코 | 친선경기 | 체코 | 0-5패 | ||
9.13 | 대전 | 친선경기 | 나이지리아 | 2-2무 | 이천수 최용수 | |
9.16 | 부산 | 친선경기 | 나이지리아 | 2-1승 | 김도훈 이동국 | |
11. 8 | 전주 | 친선경기 | 세네갈 | 0-1패 | ||
11.10 | 서울 | 친선경기 | 크로아티아 | 2-0승 | 최태욱 김남일 | |
11.13 | 광주 | 친선경기 | 크로아티아 | 1-1무 | 최용수 | |
12. 9 | 서귀포 | 친선경기 | 미국 | 1-0승 | 유상철 | |
2002년 | 1.19 | 미국 LA | 북중미 골드컵 | 미국 | 1-2패 | 송종국 |
1.23 | 미국 LA | 북중미 골드컵 | 쿠바 | 0-0무 | ||
1.27 | 미국 LA | 북중미 골드컵 | 멕시코 | 0-0(4PK2)무 | ||
1.30 | 미국 LA | 북중미 골드컵 | 코스타리카 | 1-3패 | 최진철 | |
2. 2 | 미국 LA | 북중미 골드컵 | 캐나다 | 1-2패 | 김도훈 | |
2.13 | 우루과이 | 친선경기 | 우루과이 | 1-2패 | 김도훈 | |
3.13 | 튀니지 | 친선경기 | 튀니지 | 0-0무 | ||
3.20 | 스페인 | 친선경기 | 핀란드 | 2-0승 | 황선홍(2골) | |
3.27 | 독일 | 친선경기 | 터키 | 0-0무 | ||
4.20 | 대구 | 친선경기 | 코스타리카 | 2-0승 | 차두리 최태욱 | |
4.27 | 인천 | 친선경기 | 중국 | 0-0무 | ||
5.16 | 부산 | 친선경기 | 스코틀랜드 | 4-1승 | 이천수 안정환(2골) 윤정환 | |
5.21 | 서귀포 | 친선경기 | 잉글랜드 | 1-1무 | 박지성 | |
5.26 | 수원 | 친선경기 | 프랑스 | 2-3패 | 박지성 설기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