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일본]월드컵 경제 싸늘…빚잔치 될라

  • 입력 2002년 5월 29일 18시 39분


도쿄 외환딜러들이 日월드컵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뜻에서 29일 일본팀 유니폼을 입은 채 일하고 있다.
도쿄 외환딜러들이 日월드컵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뜻에서 29일 일본팀 유니폼을 입은 채 일하고 있다.
“분위기는 뜨는 것 같은데 영 돈이 안되네….”

월드컵대회 개최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가 예상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일본축구협회와 개최지 지방자체단체 관계자 등이 걱정을 하고 있다.

한바탕 잔치가 끝나고 나면 엄청난 적자만 안고 말 것이라는 조금은 성급한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일본측은 당초 일본팀이 16강 선발 예선에서 탈락해도 각국 선수단과 취재단이 사용하는 경비와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입증대, 고화질 TV와 디지털카메라 등 고가 제품 특수 유발 효과 등으로 적어도 1조7400억엔(약 17조4000억원)의 경기 부양 성과를 기대했다.

꿈같은 이야기이기는 하나 일본팀이 결승에 오르는 일이 생긴다면 경제효과는 이보다 배나 많은 3조엔(약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축제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으나 여간해서 ‘돈의 흐름’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일본측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FIFA의 위탁을 받은 한 영국계 여행사는 결승전이 열리는 도시이자 일본측 메인프레스센터(MPC)가 설치된 요코하마시에 호텔과 민박 등의 방 2만5000개를 예약했다. 세계 각국의 신문 방송 잡지 등 언론매체 보도진과 관광객 등을 위해 잡아 놓은 것. 그러나 일본의 물가가 엄청나게 비싸 막판에 대량 취소 사태가 벌어졌다. 일본의 언론매체들은 “예약의 절반이 취소됐으며 상당수가 일본행을 포기하고 여건이 나은 한국으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해외 관광객도 일본 국내 교통비와 숙박비 등이 너무 비싼 까닭에 크게 증가하지는 않고 있다.

외국 관광객에게 국내항공편 요금을 절반으로 깎아 주는 등 혜택을 부여하고 있지만 “왜 내국인만 찬밥 대접이냐”는 일본인의 반발만 사고 있을 뿐 효과는 별무한 실정.

일본 TV 매체가 월드컵 독점방송을 둘러싸고 과잉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FIFA에 낸 중계권료, 1080억엔(1조800억원)도 너무 많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방송사의 스포츠중계시 광고료 수준을 생각하면 손해가 불보듯 하다는 것. 98년 프랑스 월드컵대회의 TV 중계권로는 100억엔에 불과했는데 FIFA가 착취를 해도 이만저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J리그 붕괴’라는 책을 펴낸 바 있는 에도 켄사쿠씨는 29일 도쿄스포츠신문과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 이번 월드컵 경제 효과는 당초 예상했던 것의 4분의 1 수준인 4000억엔(약4조원) 에 그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또 월드컵대회가 끝나면 축구팬들이 경기를보는 눈이 달라질 수 밖에 없어 일시적으로는 팬이 늘어난다 해도 결국 현재 28개 팀을 갖고 있는 J리그의 팀 수가 10개 정도로 줄어드는 비상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월드컵대회는 개최국에 ‘국민 의식의 국제화’ 등 돈으로 따지기 어려운 긍정적 효과도 남기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일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월드컵대회는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행사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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