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이 서울과 도쿄로 쏠리고 있다. 월드컵 참가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축구팬들은 4년마다 찾아오는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시간이 새벽시간대인 유럽과 북중미의 축구팬들은 벌써부터 축구경기를 보며 뜬눈으로 보낼 계획을 짜놓고 있다. 대규모 취재팀을 파견한 세계 유수의 언론들도 각국 선수들의 표정과 훈련상황 등의 월드컵 열기를 일제히 타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시차가 13시간이어서 오전 2, 3시 또는 이른 아침에 TV 생중계로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뉴욕 시민들은 고민에 빠졌다”고 전했다. 일부 식당은 이 시각에 열성 축구팬을 불러모아 함께 TV 응원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도 하고 돈도 벌어보겠다는 생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맨해튼의 아일랜드 술집 ‘이어 인’은 6월 1일 오전 2시반에 아일랜드-카메룬의 경기를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해놓을 계획이다. 아르헨티나 술집 ‘노베센토’는 2일 오전 1시반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 경기를 보러 올 손님을 모집 중이다. 벌써 25명이 예약했다.
많은 축구팬들은 밤잠을 못 자는 것쯤은 걱정하지 않는다. 차이나타운의 변호사 스티프 글라이트는 대부분 새벽 4시, 일부는 오전 2시반에 시작하는 월드컵 전 경기를 다 볼 생각이다. 그는 아침에 열리는 이민 관련 재판에 자신을 대신해 나갈 임시 변호사를 고용할 작정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시민 2000여명이 “전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월드컵 기간 중 업무시간을 한국시간에 맞춰달라”는 청원서에 연대 서명해 정부에 제출했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 핼리팩스의 한 식당은 “근로자의 축구 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인근 기업체 사장을 납치하겠다”고 선언했다.
납치 대상은 식당 고객들로부터 추천(?)받겠다는 것. 앞서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달 식당에서 오전에 술을 팔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안을 월드컵 기간 이후에 발효되도록 보류했다.
유력한 우승 후보국인 프랑스에서는 월드컵 소식이 신문 지면과 방송 전파를 뒤덮었다. 26일 열린 한국과 프랑스 평가전이 중계되면서 관심이 고조됐다.
특히 이 경기에서 지네딘 지단이 부상당하자 프랑스 국민은 “우승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며 관심이 증폭된 상태다.
월드컵이 열리는 아시아 지역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높다. 중국 응원단 추미(球迷)들은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대적인 응원 계획을 밝혔다. 베이징대학도 교내에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해 중국팀의 경기를 중계하기로 했다. 일본도 이번 주 들어 연일 특집방송을 편성해 각팀과 스타급 선수들의 움직임을 전하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konihong@donga.com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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