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보내거나 수화기를 든 사람이야 모두 제각각이지만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정말 부럽구나.” “한국 축구의 전력은 어때?” “우리팀은 잘하고 있니? 응원 열심히 해라.”
한국 외국어대 용인캠퍼스 폴란드어과 부교수 토마쉬 리소프스키씨(38)와 주한 폴란드대사관 통역요원 마그다 스토톨스카씨(24)는 요사이 비슷한 처지라도 된 듯 하다.
같은 폴란드 인으로 그동안 친선 모임에서 여러차례 만나 친숙해진 이들은 월드컵을 앞두고 주위의 부러움을 받을 때가 많다고 한다. 폴란드가 한국과 예선 같은 조에 묶여 16강 진출을 향한 한판 대결을 벌이는 까닭에 승부의 현장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고 생생한 소식을 접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월드컵에 대한 이같은 관심에서 보듯 폴란드의 축구 열기는 그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뜨겁다. 노소를 불문하고 축구를 즐기고 부자가 같은 클럽에서 볼을 차기도 한다. 프로팀 만해도 1∼4부를 통틀어 수백개에 이른다. 극성 축구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쫓아 전국을 따라다니고 축구장에서는 누구나 목청껏 소리를 치고 응원 구호를 외친다는 것이 리소프스키씨의 설명.
폴란드 대표팀은 ‘비아워(흰색) 체르보니(붉은색)’라는 애칭이 있다. 폴란드 국기에서 따온 것으로 흰색은 평화를 붉은 색은 피를 상징한다. 외세의 침략이 많은 역사 속에서 전쟁을 통해 평화를 얻었다는 의미. 한국의 ‘붉은 악마’같은 폴란드의 응원단 이름 역시 ‘비아워 체르보니’다. 회원수만해도 1만여명에 이르는 이들은 대표팀 경기가 벌어지면 “폴스카 골라(폴란드 골넣어라)” “폴스카 비아워 체르보니” 등의 구호를 외치며 힘차게 응원전을 펼친다. 흰색과 붉은색이 절반씩 나누어진 목도리를 휘두르고 한국의 아리랑같은 폴란드 전통가요를 응원가로 부르며 북 트럼펫으로 흥을 돋운다. 어떤 열성팬은 페이스 페이팅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입술 위에는 흰색을, 아래에는 빨간색을 칠하기도 한다.
이번 월드컵에는 50여명의 비아워 체르보니 회원을 포함해 1500명의 폴란드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폭력과 난동으로 망나니 취급을 받는 서유럽의 극렬 축구팬에 비해 얌전한 편이고 조직화된 응원을 펼친다는 것이 이들의 자랑. 스토톨스카씨는 폴란드 경기가 열리는 지역을 돌며 서포터스에게 폴란드 응원구호를 가르치며 신이 났다.
만리타향에 와 있으면서 외로움을 겼었던 리소프스키씨와 스토톨스카씨는 “고향 사람과 한 데 어울려 응원하면 신이 날것 같다”면서 “폴란드와 한국이 포르투갈과 미국을 밀어내고 나란히 16강에 올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또 “비록 첫판에서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을 하게 된 양국의 응원단이 승부를 떠나 친구처럼 지내며 우정을 나누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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