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언론들은 31일 서울의 열광적인 개막식 분위기를 전하면서 이런 점을 지적했다.
“서울을 포함한 한국내 10개 개최도시에서는 개막을 앞두고 연일 월드컵 관련행사가 열리고 거리는 ‘월드컵을 성공리에 치루자’는 플래카드와 포스터로 덮여 있다. 민관이 혼연일체가 돼 고조시키고 있는 열기는 확실히 공동개최국 일본을 넘어서고 있다…군사정권에서 벗어나 민주화가 완전히 정착되면서 시대는 변했다. 하지만 정부가 앞장을 서고 국민이 일치해서 매진한다는, 국민운동적 방법은 지금도 답습되고 있다.”(요미우리)
“한국에게 월드컵을 성공시키는 것은 국위선양을 위한 큰 수단이다. 한국정부는 조직위원회에 많은 국가공무원을 파견시키는 등 국가주도로 준비를 해왔다. 야당도 ‘한국팀의 승패뿐만 아니라 성공한 월드컵이었다는 평가를 받을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마이니치)
이런 보도 속에는 약간의 부러움도 배어 있다. 요미우리는 “월드컵과 지방선거라는 두 개의 국가이벤트를 동시에 치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사회가 갖기 시작한 진짜 여유일지 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너무 ‘한국’을 앞세운 나머지 공동개최국 ‘일본’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다는 불만도 없지 않다.
산케이신문은 30일의 전야제와 31일의 개막식에서 ‘한국의 색깔’만이 강조됐다고 지적하고 “개회식 장소가 서울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공동개최국 일본의 그림자는 엷기만 하다”고 섭섭해 했다.
도쿄신문도 30일 잠실공원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일본 문화로는 유일하게 ‘일본 북’만이참가할 수 있었다고 전하고 “일본 문화에 대한 저항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알게 됐다”는 일본북 한국파견실행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소개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 상대국가의 협조를 평가할 때 시각차가 드러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