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서포터스 응원도 세네갈 승리 한몫

  • 입력 2002년 6월 1일 01시 10분


월드컵 본선에 처음 출전한 세네갈과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는 사실 비교가 힘든 나라다. 인구 928만 대 5910만, 면적 19만7000㎢ 대 55만2000㎢, 등록 축구선수 19만3000명 대 299만4000명, FIFA 랭킹 42위와 1위…. 데이터상의 축구 실력이나 국력, 어느 모로 봐도 ‘게임이 안되는’ 두 나라의 경기였지만 프랑스가 졌다.

세네갈이 절대적 열세를 딛고 세계 최강 프랑스를 꺾은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장 상황만 놓고 보면 프랑스 응원단에 맞서 꽹과리를 두드리며 ‘세네갈’을 연호해준 한국인 서포터스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개막전이 열리기 서너 시간 전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서울월드컵경기장과 그 주변은 온통 푸른 물결이었다.

프랑스 깃발을 얼굴에 그리고 지네딘 지단의 10번 유니폼을 입은 프랑스인들은 일찌감치 프랑스 진영 뒤편에 자리잡고 경기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반면 국내에 대사관조차 없는 세네갈은 20∼30명 정도의 한 무리가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구내에서부터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웠을 뿐 경기 시작 전부터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프랑스 응원단의 상대가 못됐다.그러나 관중석 스탠드가 서서히 메워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어디선가 세네갈팀 유니폼과 같은 노란색 윗옷을 입은 한국 사람들이 세네갈 진영 뒤편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들은 수십명에 불과했던 세네갈 응원단과 뒤섞여 함께 꽹과리를 치고 북을 두드리며 세네갈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사람이 응원한 프랑스와 한국 사람이 응원한 세네갈의 경기라고나 할까. 세네갈 선수들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마지막 휘슬이 울리자 감격에 겨워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 응원석으로 달려가 신명나는 춤판을 벌였다.세네갈인들은 아마도 이날의 승리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세계 최강 프랑스를 개막전에서 꺾은 기쁨도 크겠지만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를 소리높여 외쳐준 한국인들의 따뜻함에 감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약자(弱者)를 응원하는 마음은 아름답다. 우리가 우리 마당에서 여는 세계인의 축제에 어느 한편이 치우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한국인의 따뜻함이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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