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팬이 4년을 기다려온 ‘꿈의 구연’ 2002한일월드컵에서 감격적인 첫 골을 쏘아올린 주인공은 프랑스의 ‘골잡이’ 다비드 트레제게(프랑스)도, ‘아프리카의 영웅’ 엘 하지 디우프(세네갈)도 아니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무명의 ‘검은 사자’ 파프 부바 디오프(24·세네갈)였다.
3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랑스와 세네갈의 2002월드컵 개막전. 전반 30분 1m93, 88㎏의 거구 디오프는 프랑스 문전 정면을 쇄도하다 왼쪽 엔드라인 근처에서 최전방 공격수 디우프가 찔러준 볼이 프랑스의 에마뉘엘 프티의 발과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의 손을 맞고 나오자 골문 앞에 앉아 있다 흐르는 볼을 왼발로 차넣었다. 이것이 21세기 첫 월드컵의 개막 축포였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찾은 6만2000여 관중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성을 올렸고 이 함성은 그대로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A매치(국가대표간 경기) 13번 출전에 3골을 잡아낸 것에 불과한 ‘검은 대륙’의 신예 디오프가 일약 2002월드컵 개막전 스타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한방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세네갈로서는 수십년 동안 그들을 식민통치한 프랑스에 깨끗하게 ‘복수’(?)한 것이기도 했다. 유럽의 ‘2부격’인 스위스 그래스호퍼에서 뛰다 지난해 프랑스의 랑스로 이적한 디오프는 국제무대에서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새 얼굴. 그러나 이날 중앙 공격형미드필더로 출전한 디오프의 몸놀림은 경기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거구임에도 마치 다람쥐가 날렵하게 나무를 타듯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녔다. 디오프는 최전방은 물론 좌우 날개를 넘나드는 골잡이 디우프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중앙에서 디우프에게 좌우로 볼을 빼주고 다시 문전으로 침투해 상대 수비수를 흔들어 놓으며 디우프의 볼을 받아 슈팅을 날려댔다. 디오프의 개막 첫골이자 결승골도 이같은 디우프와의 합작 플레이 끝에 나온 것이다.
디오프는 수비 땐 프랑스 플레이메이커 유리 조르카에프와 파트리크 비에라의 침투를 미리 차단하는 등 이날 한마디로 ‘올라운드 플레이’로 지구촌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알리 부자임 주심이 90분간의 혈투를 끝내는 휘슬을 울리자 디오프는 벤치에서 달려나온 동료와 함께 얼싸안고 그라운드에 쓰러진 채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개막스타 디오프는…▼
△생년월일:1978년 1월28일
△체격조건:1m93, 88㎏
△포지션:공격형 미드필더
△소속클럽:프랑스 랑스
△국제무대 데뷔:2000년 6월17일 통고전
△국제무대 기록:14회 출전, 4골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