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요즘 일본 거리에서는 쉽게 ‘한국’을 만날 수 있다. 불고기집이 즐비하고 음식점에서 비빔밥은 단골메뉴가 된지 오래다. 일본인이 즐겨 먹는 덮밥집도 앞다퉈 ‘갈비 덮밥’을 내놓고 있고, 맥도널드나 KFC 같은 외국계 패스트푸드점도 최근 한국식이라며 ‘갈비버거’와 매운 맛의 ‘한국식 트위스터’를 선보이고 있다.
TV도 예외는 아니다. 후지 TV에서는 일본의 5인조 그룹 SMAP의 멤버 구사나기 쓰요시의 ‘한국 연예계 진출기’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매주 방송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구사나기는 ‘초난강’이라는 한국 이름(자신의 한자 이름을 한국식으로 읽은 이름)을 사용한다.
물론 한국 본토박이가 볼 때 어설픈 감도 없지 않다. 일본의 ‘가루비’가 제대로 한국의 갈비맛을 낼 수는 없다. 방송에서는 김씨조차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마치 보편적인 한국의 모습인 양 소개되는 때도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일본에서 이처럼 한국이 ‘뜨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 내에서 일본은 아직은 그만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 같다. 일본 가수 케미스트리가 월드컵 개막 전야제에서 부른 일본어 노래가 전국 방송을 탄 것은 일본에서도 큰 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그만큼 일본의 대중 문화는 한국의 문턱을 넘어서기가 어려웠다고나 할까. 일본 가수가 한국에 ‘공식’ 접근한 것은 이번 월드컵이 낳은 또 하나의 사건이다.
서울 명동에서 파는 초밥이 도쿄 신주쿠에서 파는 초밥과 같은 맛일 수는 없다. 가루비와 갈비가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을 통해 두 나라 국민이 막연히 책이나 영화가 아닌, 생활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서로를 만나고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