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지구촌 표정]세네갈 승리의 주역은 주술사?

  • 입력 2002년 6월 1일 22시 31분


아프리카 축구팀들은 ‘주주맨’이라 불리는 마술사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번 월드컵에도 아프리카에서 온 4개팀에 마술사가 동행했을 것이라고 지난달 31일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주주맨은 게임 전략에는 관여하지 않으며 상대방 선수에 주술을 걸어 잘 뛰지 못하게 하고 상대방이 찬 공이 골문에 들어가지 않도록 마술의 약을 골포스트에 바르기도 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올 1월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직전 아프리카축구연맹이 “이미지가 중요하다”며 축구에 대한 주술을 금지하자 일부 국가의 주주맨들이 항의시위를 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축구연맹은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주술사의 ‘공식적인’ 동행을 금지했으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세네갈 카메룬 등 4개 본선진출국들이 그렇게 했을 것으로 믿지는 않는다고 축구해설자들은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아프리카 축구잡지는 최근 “마법사의 도움을 받지 않거나 동행하지 않고 국제대회에 나가는 것은 연필 없이 시험을 보러 가는 것과 똑같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연맹 측의 금지조치 이후 신문과 웹사이트 등에선 마법의 효험에 관해 뜨거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예로 코트디부아르팀이 1992년 가나와의 격전에서 승리한 뒤 체육부장관이 주주맨들에게 약속된 돈을 주지 않자 주주맨들은 국가대표팀을 위한 주술을 풀어버렸고 그 결과 대표팀은 10년 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으며 지난달 국방부장관이 주주맨 마을을 방문해 2000달러를 내고 물약 1병을 사는 방식으로 화해를 했다는 것.

축구잡지에 소개된 주술은 △악령을 막기 위해 비둘기 피를 탈의실 부근에 뿌리고 △적 진영에 동물 시체를 묻으며 △암소 염소 등의 피를 모아 선수들에게 목욕을 하게 하거나 △면도칼로 선수들 몸에 상처를 내는 것 등이라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동부아프리카에서 비중에 따라 게임당 20∼2000달러를 받고 40년간 주주맨으로 활약한 잭슨 암바니(74)는 “주술을 걸면 아무리 잘하는 선수가 있어도 이기지 못한다”면서 “상대방 선수는 헛것을 보고 헛발질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동중부아프리카 축구협회 니콜라스 무소니 사무총장은 “많은 축구팀이 주술사를 고용하느라 연구비를 축내고 선수들의 식사나 유니폼 개선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면서 “주주맨들의 말이 맞다면 아프리카가 월드컵에서 매번 우승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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